"만공 스님이 1937년 미나미 총독 앞에서 '(결혼을 장려해) 조선 승려를 일제히 파계시킨 데라우치 초대 조선 총독은 지옥에 떨어질 것'이라고 할(喝)하신 것은 말로 던진 폭탄이었습니다. 만공 스님의 삶을 제대로 알리고 싶었습니다."

수덕사 주지를 지낸 옹산 스님이 최근 소설 '만공'(미래출판사·비매품·사진)을 펴냈다. 만공(滿空·1871~1946) 스님은 한국 근대 선불교의 중흥조인 경허(鏡虛·1846~1912) 스님의 제자로 일제강점기 선풍(禪風)을 날렸던 인물. 옹산 스님으로선 수덕사 집안 어른이다.

책은 만공 스님의 어린 시절부터 출가수행 사연, 깨달음을 얻은 후의 활동 등을 각종 자료와 수덕사에 전해오는 일화와 전설을 집대성해 생생하게 엮었다. '삼배(三拜)'하려는 사람들에게 손가락 하나를 들어 보이며 "웃어른에 대한 예의로 일배(一拜)만 하라"고 했다는 겸손함 등의 일화도 소개한다.

또 상궁(尙宮) 출신 실존 인물인 비구니 선복 스님을 메신저로 의친왕 이강(1877~1955)과 교유한 사연, 만해 한용운과 항일에 대한 의분을 나눈 이야기 등이 펼쳐진다. 황실 소유로 넘어간 수덕사 땅을 되사는 비용, 황실에 보관돼 오던 거문고를 사는 비용으로 만공 스님이 의친왕에게 자금을 건넨 것은 독립운동 자금으로 봐야 한다고 옹산 스님은 주장한다. 특히 투옥을 각오하고 미나미 총독 앞에서 일갈하기 전 서울 성북동 심우장을 찾아 만해에게 전달한 돈 역시 독립운동 자금이었을 것으로 추정한다.

경허·만공선양회 회장을 맡고 있는 옹산 스님은 "과거 이어령 선생이 '일본은 과거사에 대해 절대 사과 안 한다. 쉰들러 리스트 같은 예술작품을 통해 만행을 알려야 한다'고 하신 말씀에 영감을 얻어 소설을 구상하게 됐고 후학의 도움을 받아 소설을 쓰게 됐다"고 말했다. 이 책은 7일 만공 스님 71주기 열반추모다례제에 봉정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