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 소비자문제 연구소 '컨슈머리서치(Consumerresearch)'가 지난 11월 28일 시중에 팔리고 있는 딸기 우유·초콜릿 우유·바나나 우유·커피 우유 등 이른바 '가공 우유' 60종의 원재료를 조사한 결과, 전체의 25%는 원유(原乳·흰 우유)가 전혀 들어있지 않은 제품이었다. 57%는 원유 함량이 절반에도 못 미쳤다. 관련 기사▶
가공 우유 상당수는 원유 대신 탈지분유·환원유·유크림 등을 사용하고 있었다. 컨슈머리서치는 이에 대해 "제품 이름에 우유가 들어가지만 사실상 우유 맛 음료수인 셈"이라고 밝혔다. 우유가 아니면서 우유 맛을 내는 탈지분유·환원유·유크림은 무엇이고, 영양성분은 어떨지 궁금해지는 대목이다.
가공 우유 분류 방법
식품공전*에서 어떠한 첨가물 없이 원유 함량 100%를 우유라고 정의한다. 원유 함량을 줄이거나 아예 없애고 그 대신 여러 첨가제를 넣은 제품은 '가공유류'이다. 가공유류는 강화 우유·유산균첨가 우유·유당분해 우유·가공 우유 등 네 가지로 분류된다.
** 식품공전: 식품의약품안전처(이하 식약처)가 식품과 식품첨가물의 안전한 관리를 위해 성분 규격을 정한 자료
강화 우유는 우유에 비타민과 무기질 등의 영양소 함량을 높인 것이고, 유산균첨가 우유는 유산균을 첨가했다는 뜻이다. 유당분해 우유는 원유 속 유당(乳糖)을 분해하지 못해 설사병을 앓는 소비자를 위해 유당을 제거한 것이다. 유당(Lactose)을 제거했다고 해서 '락토 프리(Lacto Free) 우유'로도 불린다. 마지막으로 앞서 세 가지 유형에 속하지 않는 가공유류를 가공유 또는 가공 우유라고 한다. 딸기 우유·초콜릿 우유·바나나 우유·커피 우유 등 당 함량이 높은 제품 대다수가 여기에 속한다.
가공 우유는 또다시 무지유고형분과 유지방 또는 조지방 함량에 따라 가공유·저지방가공유·무지방가공유·유음료 등 네 가지로 나뉜다. 유지방(乳脂肪)은 우유에 들어있는 지방이고, 조지방은 유지방을 포함해 여러 지질을 총칭하는 것으로 에테르(Ether)라는 특정 용매로 추출해 함량을 잰다. 우유에 수분을 제거한 상태를 유고형분으로 일컫는데, 여기서 유지방을 빼면 무지유고형분이다.
우유 대신 쓰이는 '우유 맛' 재료
원유는 신선도가 높아 빨리 상할 우려가 있고, 낙농가 생산량과 소비자 수요량에 따라 수급이 일정하지 않다. 이에 따라 유(乳)업계는 가공 우유를 제조할 때 '원유 대체재'를 많이 쓰고 있다. 원유 대체재는 원유보다 저장 기간이 길고, 보관·운반이 용이해 원가도 저렴하다. 우리나라에서는 원유 대체재로 탈지유·환원유·유크림 등 세 가지가 주로 쓰이고, 각각 만드는 방식에 차이가 있다.
탈지유는 원유에서 유지방을 분리·제거한 것이다. 우유에 지방 함량이 3.3~3.7% 수준인데, 탈지유는 0.1% 이하로 낮아진다. 이렇게 분리된 유지방은 유크림으로 만들어진다. 가공 우유에는 탈지유 자체보다 탈지유를 토대로 만든 분말인 탈지분유와 혼합탈지분유, 탈지유청분말 등을 활용한다.
탈지유를 건조시켜 가루 상태로 만들면 탈지분유가 된다. 탈지분유에 다른 식품첨가물을 섞은 것을 혼합탈지분유라고 한다. 탈지유에 산(酸)이나 효소의 일종인 레닌(Rennin)을 넣어 생기는 응고물을 제거한 다음 남은 액체를 분말로 만든 것이 탈지유청분말로 물에 잘 용해되는 성질을 가진다.
환원유는 탈지분유를 물에 녹여 유지방을 더한 것으로 우유와 비슷한 형태이다. 환원유를 만들 때 유크림이나 버터·버터 오일(버터에 수분과 비지방분을 제거)을 첨가하는 것은 임의로 지방 함량을 높이기 위해서다. 유지방 함량이 0.5% 이하이면 환원 무지방 우유이고, 유지방 함량이 0.6~2.6%이면 환원 저지방 우유다.
탈지유와 환원유는 우유 특유의 지방과 수분 등을 제거하면서 보존성이 높아진 만큼 신선도가 떨어진다. 신선도가 떨어지면 우유의 풍미도 떨어질 수밖에 없다.
영양학적 가치 역시 우유보다 떨어진다. 지방이 제거돼 열량은 크게 줄어들지만, 이 과정에서 지용성 비타민인 비타민A·레티놀(Retinol)과 프로비타민A인 베타-카로틴(β-carotene)의 함량이 미미해진다. 우유 속 식이섬유도 사라진다.
우유 안 들어도 'OO우유' 표기 가능한 이유
가공 우유 대다수는 제품명에 '우유'라는 명칭을 사용한다. 농림축산식품부는 가공 우유에 대해 무지유고형분 함량·세균 수 등 품질 기준은 규격화하고 있으나 제품명 표기는 따로 규제하지 않고 있다. 다만, 제품 전면 하단에 가공유·저지방가공유·무지방가공유·유음료 등 분류명을, 후면에는 원재료 및 함량을 정확하게 기재하도록 하고 있다.
우유 명칭 사용에 제한을 두지 않은 것은 낙농가와 유업계 양측을 고려한 조치라고 할 수 있다. 낙농가 원유 생산량이 안정적일 때도 있지만, 과잉 또는 미달될 때도 있기 때문에 유업계는 원유 재고분을 탈지분유로 만들어 장기 보관하면서 언제든 가공 우유 제조에 투입한다.
시중 가공 우유의 원유 함량
컨슈머리서치는 콩·바닐라·초콜릿·딸기·바나나·커피 등 다양한 맛이 가미된 가공 우유 60종의 원유 함량을 조사한 결과를 온라인에 공개했다.
[우유 맞아요?…초코·딸기·바나나우유 중 25%, 원유 전혀 안 들어가]
사람들은 우유라는 단어를 들었을 때 젖소의 원유를 떠올린다. 많은 가공 우유는 이러한 신선한 우유와는 거리가 멀다. 컨슈머리서치 최현숙 대표는 "아이들은 물론 부모들도 우유라는 제품명 때문에 신선한 우유가 들어있다는 오해를 한다"면서 "더 명확한 표시 기준을 만들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낙농가와 유업계의 이해관계가 얽혀 당장 가공 우유의 제품명 표기 방식을 바꾸기는 쉽지 않다. 그렇다면 소비자들 스스로 원유와 원유가 아닌 대체재를 구별하고, 가공 우유 제품 후면에 적힌 원재료 정보를 꼼꼼히 읽도록 한다.
ㅁ그래픽 이은경·최수영
ㅁ참고
식품의약품안전처
한국식품과학연구원
한국산업규격
컨슈머리서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