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목조 어선들이 잇달아 일본에 표착(漂着)하고 있는 가운데, 동해에서 조업하는 선박들 중에는 소형 목선들을 끌고 다니며 모선(母船) 역할을 하는 큰 배들이 있다고 일본 NHK방송이 18일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일본 '전국오징어낚시어업협회'는 일본 이시카와(石川)현 노토(能登)반도 앞 대화퇴 어장에서 흰색으로 도색한 철제 대형선들의 사진을 촬영했다.

이 배들은 길이 30~40m로, 소형 목조 어선 크기의 3배 이상이다. 이 해역에 있던 일본 어업자가 목선에서 이들 철제 선박으로 무엇인가가 옮겨지는 모습을 목격했다는 증언도 나왔다고 한다.

일본 해상보안청 관계자는 큰 배가 물고기를 수집하는 거점 역할을 해 목조 어선이 조업을 계속할 수 있도록 했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로프로 연결된 복수의 목선이 큰 배에 끌려가는 듯한 모습도 확인되고 있다는 것을 근거로 '연료 절약'을 위해 밧줄로 연결해 끌고다니는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해상보안청 관계자는 큰 배가 '모선' 역할을 하면서 복수의 소형 어선과 함께 조직적으로 조업을 한 사례를 확인하기 위해 자세한 조사를 벌이고 있다고 밝혔다.

NHK는 "북한 어선들은 예전에 한반도 연안에서 조업했으나 수년전부터 연안을 벗어나 일본의 배타적 경제수역(EEZ)까지 침범해 조업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전했다.

NHK가 인용한 미야모토 사토루(宮本悟) 세이가쿠인(聖学院)대학 교수에 따르면 북한은 김일성이 생선을 통한 단백질 섭취를 위해 1978년 연설에서 "어업을 발전시키는게 중요하다"고 강조한 이후 어업에 적극 나서왔다고 한다.

1980년대에는 목조 어선을 많이 만들어 어로활동을 활발히 했고, 어장은 주로 한반도 주변이었다. 북한에서 출판된 지도에 표시된 오징어와 갈치 어장 등은 모두 한반도 주변 연안으로 돼 있다.

이런 현상은 김정은 정권이 들어서면서 변했다. 김정은은 2013년5월 군 수산사업소를 시찰했을 때 "어선 1척당 연간 1000t을 잡아야 한다. 이건 명령이 아니라 부탁"(노동신문 보도)이라고 말한 이래 이 수치가 어부들의 사실상 책임량이 됐다고 미야모토 교수는 설명했다. 북한의 많은 어부가 이러한 기준을 달성하고 생활비를 얻기 위해 해상의 폭풍우에 견딜 만큼 충분한 장비도 없이 어족이 풍부한 어장인 이시카와현 노토반도 앞 대화퇴 어장까지 오는 것이라는 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