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3월 서울 조선호텔에서는 '한국·콩고 간 수자원·광물 동반 진출 협약식'이 열렸다. 한국이 콩고에 댐을 지어 주고 상하수도 시설과 운영·관리 노하우를 제공하면서 콩고의 구리·코발트·우라늄 등 광산 개발권을 받는 내용이었다. 이를 계기로 한국광물자원공사가 2010년 5월 콩고 킨샤사에 투자 지원센터를 열고 본격 탐색에 나섰다. 콩고는 광물 50여 종이 묻혀있는 자원의 보고(寶庫). 구리는 전 세계 매장량의 10%를 차지하고, 배터리 핵심 원료 중 하나인 코발트는 50%에 육박한다. 세계 3대 코발트 개발 프로젝트가 모두 콩고에서 이뤄지고 있을 정도다. 하지만 이후 단기 성과가 없고 정권이 바뀌면서 자원 개발 회의론이 급부상하자 콩고 킨샤사 지원센터는 2015년 문을 닫았다. 2013년 t당 3만달러를 밑돌던 코발트 가격은 최근 7만달러를 넘었다. 리튬도 비슷한 운명을 겪었다. 이명박 정부 시절 볼리비아와 야심차게 맺었던 리튬 개발 프로젝트는 박근혜 정부 들어 동력을 잃으면서 결국 퇴출됐다.

◇中·日 '자원 전쟁' 총력전

그 빈자리는 중국과 일본이 파고들었다. 현재 콩고 코발트 광산 대다수는 중국 저장화유코발트와 자회사가 장악하고 있으며, 한국이 빠진 볼리비아에서 리튬 배터리 공장 설립 계약을 맺은 나라도 중국이다. 세계 최대 리튬 광산인 호주 탈리슨 경영권이 중국으로 넘어갔고, 호주 마리온 리튬 광산 개발 프로젝트 최대 주주도 중국이다.

일본은 도요타통상이 호주 광산 기업 오로코브레와 특수목적회사(SPC)를 공동 설립, 리튬 생산량을 늘려가고 있다. 아베 총리가 칠레·콜롬비아·멕시코·브라질 등 중남미 5국을 돌며 원유·셰일가스 개발과 심해 유전 개발에 대해 일본 기업이 투자할 의향이 있다는 의사를 전달한 적도 있다. 미국은 리튬·코발트·희토류 등 1조달러 가치를 지닌 아프카니스탄 광물 자원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이를 위해 주둔 병력 증원까지 검토하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해 중국이 해외 자원 개발을 위해 투자한 규모는 823억5000만달러. 일본은 1069억4700만달러에 달한다. 반면 한국은 같은 기간 27억8000만달러에 그쳤다. 중국과 비교하면 3%, 일본의 2% 수준이다. 그나마 2011년 이명박 정부 시절엔 114억달러에 이르렀는데 5년 만에 4분의 1로 급감했다. 민·관 해외자원 개발 사업에 정부가 지원하는 융자 예산도 지난해 0원까지 떨어졌다가 올해는 1000억원까지 올렸지만 실제 집행한 규모는 320억원에 그쳤다. 에너지 업계에선 "정부가 일관성을 갖고 해외자원 개발 정책을 추진해야 하는데 한국은 변동이 심해서 중국·일본에 뒤처질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지적한다.

◇해외자원 개발 또 뒤지겠다는 정부

산업부가 지난 6월 기준 집계한 2008년 이후 해외자원 개발 사업 회수율은 38%. 43조4000억원을 투자해서 16조7000억원을 벌어들였다. 이런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산업부는 지난달 공기업 3곳에서 추진하는 해외자원 개발 사업 81건을 점검, 사업을 계속할지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취지는 해외자원 개발 실태와 문제점을 파악하고 향후 부실을 막겠다는 데 있지만 업계에선 우려를 감추지 않고 있다. "박근혜 정부 때 감사원이 이미 샅샅이 검증한 걸 왜 또 들여다보겠다는 것이냐"는 불만이다. 여기에 "해외자원 사업은 발견·개발·생산까지 10년 이상, 투자 비용 회수엔 15년 이상은 각오해야 한다"면서 "10년도 지나지 않았는데 결론을 내긴 이르다"는 반박도 나온다.

실제로 1999년 감사원은 석유공사가 1996년 인수한 영국 북해 캡틴 광구 투자에 대해 "유가 인상률을 잘못 예측, 적정 시세보다 2300만달러 비싸게 샀다"면서 매각을 권고했지만, 석유공사는 이를 계속 운영했다. 12년 지난 2011년 매각했을 때 수익은 투자 대비 2억3000만달러였다. 강천구 영앤진회계법인 부회장(전 광물공사 본부장)은 "해외 사업자들이 한국과 손잡는 걸 꺼리는 분위기가 있다"면서 "제조업과 에너지 다소비 산업 비중이 높은 우리에게 자원 개발은 생존의 문제"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