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중국 재계를 떠들썩하게 만든 동영상...마오전화 "지방정부 기구에 불법으로 당했다"
동북 지역 반시장적 사업환경 비판 줄이어…규제개혁 미적되는 우리 국회 크게 다르지 않아
장면 1: 새해 첫날 1일 밤 중국판 트위터인 웨이보(微博)에 인민(人民)대 경제연구소장이자 중청신(中誠信)그룹 회장인 마오전화(毛振華)가 헤이룽장(黑龍江)성 야부리(亞布力) 스키관광 리조트 관리위원회(관리위)로부터 당한 억울함을 공개 성토하는 동영상이 올라왔다. 야부리는 동계 아시아 대회가 열렸던 곳으로 마오 회장은 20억위안(약 3280억원)을 투자했다고 주장했다.
작년 12월31일 야부리 스키장을 배경으로 찍힌 3분 37초 분량의 이 동영상에서 야부리양광(陽光)리조트 회장이기도 한 마오는 20여년 기업을 한 성공한 기업가였지만 야부리관리위가 생기면서 가장 어두운 날이 왔다며 (이들이)정부 일을 내세워 23만 평방미터의 토지를 불법점유하고 민영기업을 탈취해갔다고 주장했다. 그는 정상적인 기업활동을 할 수 없게 ‘소방점검이다’ ‘식품검역이다’하며 괴롭힘을 당했다며 이런 진상을 이날 시찰하러온다던 헤이룽장성 서기에 밝히려고 했는데 만나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말미에 “헤이룽장과 전 세계가 (동영상을)보기를 희망한다. 내 말에 틀린 부분이 있으면 책임을 지겠다”면서 자신의 이름과 직책을 또박 또박 밝혔다.
동영상은 1800만 팔로워를 둔 부동산 재벌 판스이(潘石屹) 소호중국 회장 등 유명 인사들의 웨이보로 확산됐다. “성공한 기업인이 지방정부에 당한 사실을 인터넷을 통해서나 하소연하는 현실” “이런 관리위는 사회자본의 암세포” “기업인을 잘 대해야 동북지역에 미래가 있다”는 개탄과 쓴소리가 이어졌다. 헤이룽장성 정부는 2일 저녁 조사에 착수했다고 웨이보를 통해 밝혔다.
장면 2: 마오 회장의 야부리 동영상이 중국을 떠들썩하게 만든 2일, 중국 최고인민법원(대법원격)은 웹사이트에 새해 첫 통지문을 올렸다. '재판 직능을 충분히 발휘해 기업가의 혁신과 창업을 위한 양호한 법치환경 조성 관련 통지'가 문건의 제목이다.
정부(지방정부 포함) 지도부가 교체되는 등의 이유로 정부가 기업과 맺은 계약을 위반할 경우 (법원이)기업인의 합법적인 권익을 법에 근거해 성실하게 지켜줘야 한다는 게 골자다. 중국에서는 올 3월 향후 5년간 국정을 운영할 시진핑(習近平)집권 2기의 부주석 부총리 장관 등 내각이 정식 출범한다. 지방정부도 최근 잇따라 새 지도부를 잇따라 구성하고 있다.
이 통지문은 정부 규획(規劃)의 조정이나 정책변화로 계약을 이행하기 힘들게 된 기업들이 계약해지를 요구하는 것도 지지한다고 적시했다. 기업이 이미 지불한 국유토지 사용권 양도금, 투자자금, 임대료 등의 반환요구도 법에 근거에 지지하도록 지시했다.
이번 통지문은 친기업 문구로 가득차 있다. “형사상 수단을 이용해 경제분쟁에 개입하는 행위를 절대 금지한다” “기업인이 혁신과 창업을 하며 생산 경영 융자를 하는 과정에서 형사법의 규정을 위반하지 않는 한 범죄로 판정하지 않는다” “기업가의 불법소득과 합법적인 재산을 엄격히 구분하고 불법 소득이라고 할 충분한 증거가 없이 추징 판결을 해서는 안된다. 기업가 개인의 재산과 법인의 재산도 엄격히 구분해 기업범죄를 처리할 때 기업가 개인의 합법적 재산이나 가족 구성원의 재산을 연루시키지 말라” 등등.
장면 1은 일부 지방정부의 반기업적 행태를, 장면 2는 당국의 친기업적 행보를 보여준다. 장면 2에 대한 논평을 듣기 위해 원중재 세종 중국사무소 수석대표에 전화를 돌렸다.
“중국도 법치국가를 지향하기 때문에 새롭다고 할 내용이라고 볼 수 없지만 기업이 정부에 행정소송을 내는 게 현실적으로 힘든 환경이 친(親)기업적으로 바뀌고 있음을 보여준다. 중국 최고인민법원은 한국의 대법원 격이지만 통지문이나 사법해석은 대법원 판례보다 구속력이 강하다. 재판과정에서 법률에 준하는 판단기준이 된다.”
원 수석대표의 해석은 중국이 작년 9월 공산당 중앙위원회와 국무원 공동 명의로 기업가를 존중하고 이들에게 동기를 부여하는 사회적 분위기를 조성한다는 지침을 발표한 것과 맞닿아있다. 당시 마윈(馬雲) 알리바바 회장은 이 지침을 두고 “우수한 기업가정신 장려는 2000년만에 중국이 사상영역에서 커다란 진보를 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리커창(李克强) 총리도 3일 주재한 새해 첫 국무원 상무회의에서 사업환경 고도화를 통해 시장의 활력과 사회의 창조력을 키워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상무회의에서는 감세와 비용감면은 물론 행정절차 간소화 같은 규제개혁을 강조하고 행정권력을 남용해 경쟁을 배제하거나 억제하는 행위를 하지 말라고 지시했다. 국제사례를 참고해 사업환경 평가시스템을 만들어 점진적으로 전국에 확대 시행하라는 지침도 내렸다.
야부리 동영상은 상대적으로 정부의 입김이 강해 규제가 많은 동북 지역의 문제를 부각시킨다는 지적이 적지않다. ‘투자가 산해관(山海關)을 넘지 못한다’는 말은 동북지역의 사업환경이 열악함을 대변하는 말이기도 하다.
판웨이(范爲) 칭화대 연구원은 야부리 동영상을 보고 놀랐다며 경제관찰망에 2012년 이후 동북 지역 경제가 급속히 하강한 원인을 분석한 글을 기고하기도 했다. 중국에서 계획경제 시절 공업체계가 가장 완비된 지역이어서 시장경제의 사유와 환경이 결핍돼 있다는 것이다.
왕위샤(王玉霞) 둥베이차이징(東北財經)대학 교수는 “동북 지역 정부의 서비스 의식이 매우 낮다”며 “마오전화 사건은 악재지만 호재일수 도 있다. 이를 계기로 사업환경을 철저히 바꾸면 희망이 있다” 고 말했다. ‘기업인이 형님’이라는 의식을 가져야한다고 주문하기도 했다.
장면 1과 2를 보면서 모순의 중국이라고 폄훼만 할 일은 아니다.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사회주의 국가인 중국에서 가하는 규제보다 우리나라의 규제가 많다”며 “기업의 애로사항 해결에 협조를 하지 않는다”고 직격탄을 날린 우리 국회도 중국의 동북지역 수준에 머물고 있지는 않은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