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현대 주거문화를 간직한 아파트를 미래 유산으로 남기자는 운동은 10여 년 전 일본에서도 있었다. 한국 주공아파트처럼 일본의 집합주택 시대를 연 '도준카이(同潤會)아파트'가 대상이었다. 하지만 민간이 주체였다.

일본에서 '도준카이 아파트 보존 운동'의 성공 사례는 전국 16곳 중 도쿄 특급 상업·주거지에 있던 아오야마(靑山)아파트 한 건이다. 아파트 원형 일부를 남겨 동쪽 건물을 만들었다. 2006년 이렇게 완성한 '오모테산도 힐스'는 서울 청담동에 비견되는 도쿄 아오야마 지역의 명소로 자리 잡았다. 아오야마 보존 프로젝트가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건물 일부를 남겨도 개발 이익이 충분했기 때문이다. 주차장을 제외한 9개 층 중 상층 3개 층에만 주거시설이 들어섰고 6개 층은 고급 상업시설로 탈바꿈했다. 주거시설은 90㎡(27평) 아파트의 경우 임대료가 월 84만엔(800만원)에 달한다.

나머지 15곳은 2013년 도쿄 우에노시타(上野下)아파트 재개발을 마지막으로 모두 사라졌다. 이들 중 도쿄 다이칸야마(代官山)아파트 실내 원형이 '일본의 주택공사'인 도시기구가 운영하는 집합주택역사관에 옮겨져 보존되고 있다. 일본의 건축 유산 보존 운동은 다양한 건물을 대상으로 지금도 활발히 전개되고 있다. 하지만 정부가 강제하는 경우는 드물다. 필요한 경우 설득한다. 특히 상업 건물이 아닌 주거지를 대상으로 강요하지 않는다. 스스로 보존을 선택하는 안목 있는 건물주도 많다. 이 경우 대부분 지역 명소가 돼 '개발 이익'과 차원이 다른 '보존 이익'을 얻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