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스타일스키 모굴은 성인 허리 높이의 눈더미 사이를 최대한 빨리, 안정된 자세로 빠져나오는 스포츠다.
선수들은 작은 공동묘지 같은 울퉁불퉁한 둔덕을 빠져나오며 수십 번 무릎을 올렸다 내렸다 한다. 주행 자세를 유지한 채 충격을 흡수하고 다시 속도를 내기 위해서다.
모굴 경기를 시청하다 보면 유니폼에서 특이한 점을 발견할 수 있다. 모든 선수가 무릎에 헝겊을 기워 놓은 듯한 천조각을 붙이고 출전하는 것이다. 흔히 윗도리 팔꿈치가 닳지 않도록 덧대는 것 같은 모양의 네모난 헝겊이 무릎에 달려 있다.
다른 스키 종목 선수들은 공기저항을 줄이려고 매끈한 유니폼을 입는다. 모굴 선수들만 왜 다를까. 혹시 유니폼을 아껴 입어야 할 만큼 형편이 어려운 걸까.
다행스럽게도(?) 대답은 '아니요'다. 바지 색과 다른 무릎의 천엔 '바로 여기를 집중해서 봐달라'는 의미가 담겨 있다. 모굴에선 눈더미를 내려오는 과정, 두 차례 공중 연기, 슬로프 주파 시간이 평가 요소다.
그중에서도 선수의 하체, 무릎 움직임이 심판의 주요 판정 대상이 된다. 무릎이 벌어지지 않는지, 일정한 높이로 유지되는지 등이다. 이런 점 때문에 선수들은 심판이 자신의 무릎을 잘 볼 수 있도록 의도적으로 무릎 부분을 강조하고 경기에 나서는 것이다. 지난 11~12일 FIS(국제스키연맹) 모굴 월드컵에 출전한 최재우(24)도 흰 바지에 남색 헝겊을 대고 슬로프를 내려오며 50번 넘게 무릎을 들썩였다.
이걸 '니 패치(knee patch)'라고 한다. 색깔은 다양하다. 상·하의를 다르게 입고 나오는 선수는 보통 무릎에 상의 유니폼 색의 천을 대서 '색깔 맞춤'을 시도한다. 애초에 유니폼에 색이 그려져 나오는 '일체형'도 있고, 선수들이 직접 달아야 하는 '부착형' '밴드형'도 있다.
니 패치는 설상 종목 중 오직 모굴에서만 볼 수 있다. AP통신은 2015년 모굴 스타 한나 키어니(32·미국)의 은퇴 소식을 전하며 이런 은유적 표현을 썼다. "키어니가 더 이상 무릎이 장식된 스키 바지를 입지 않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