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 대관령면 중심가에서 알펜시아 올림픽 파크로 향하는 언덕길을 올라가다 보면 '이야~' 하는 탄성이 나온다. 세계 최초로 LED(발광다이오드) 조명이 설치된 올림픽 경기장의 아름다운 야경이 눈앞에 펼쳐지기 때문이다. 불과 1년여 전만 해도 전형적인 산골 마을이었던 평창이 화려한 빛의 도시로 변했다. 빙상과 아이스하키, 컬링이 열리는 강릉의 밤도 올림픽을 맞아 반짝반짝 빛난다. 올림픽 개막을 일주일 남짓 앞둔 지금 평창과 강릉은 수려한 밤 풍경을 자랑하는 '빛의 왕국'이다.
크로스컨트리와 바이애슬론, 스키점프 종목이 열리는 평창 알펜시아 올림픽 파크는 낮보다 밤이 아름다운 곳이다. 30일 밤 불이 켜진 알펜시아의 야경은 칠흑 같은 어둠 속에 하얀 비단이 깔린 것처럼 눈부시게 밝았다. 바이애슬론센터만 해도 높이 30~50m의 조명 타워 8개와 20m 조명 폴(pole) 161개에서 1721개의 LED판이 빛난다. 크로스컨트리 경기장은 조명 타워 8개와 조명 폴 97개에 1130개의 LED판이 달려 있다. 14개의 조명 타워가 있는 스키점프센터엔 542개의 LED판이 빛을 낸다. 알펜시아 올림픽 파크에만 조명탑이 288개다.
조명의 밝기는 구간에 따라 1400~ 2000럭스(Lux)다. 고척돔야구장 내야를 비추는 조명이 2000럭스 수준이다. 대낮 같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이전 동계올림픽 야간 경기에선 야구장 조명탑에 흔히 쓰는 메탈 할라이드 전구를 사용했다. 알펜시아가 메탈 할라이드 대신 LED 조명을 고집한 것은 비용 문제가 컸다. 최경춘 평창올림픽조직위원회 설상시설 담당 매니저는 "메탈 할라이드 전구는 장비와 설치 비용으로 400억원가량이 필요한데, 조직위와 강원도가 협의 끝에 LED 조명을 설치하기로 하면서 비용을 230억원 수준으로 낮췄다"고 설명했다.
알펜시아와 마찬가지로 밤 경기가 열리는 슬라이딩센터(봅슬레이·스켈레톤·루지)에도 LED 조명이 설치돼 독특한 풍경을 선보인다. 언덕을 따라 지그재그로 내려오는 트랙을 조명이 환하게 밝히고 있어 커다란 흰 뱀이 산에 똬리를 튼 것처럼 보인다.
알펜시아와 슬라이딩센터에서 열리는 종목들은 동계 스포츠가 인기인 유럽과 북미 지역 시청자의 편의를 위해 주로 한국 시각으로 야간에 열린다. 조직위는 애초 경기를 낮에 치르려 했지만 스키 강국 오스트리아·스위스·노르웨이 등의 시차가 한국보다 8~9시간 늦은 점을 고려해 저녁으로 변경했다. 이 때문에 스키점프와 크로스컨트리, 봅슬레이 등은 한국 시각으로 해가 지고 깜깜한 오후 8시를 전후해 시작된다. 결국 경기 시각 때문에 평창이 '빛의 도시'로 변신하게 된 셈이다. 당초 해당 종목의 국제 연맹들은 "하얀빛이 눈을 비추면 선수들이 경기하는 데 방해가 될 것"이라며 LED 조명 설치를 반대했다고 한다. 하지만 작년 테스트 이벤트에 출전한 선수들이 LED 조명에 만족한다는 뜻을 보이면서 논란은 사라졌다.
평창은 경기장뿐 아니라 방문객이 많이 찾는 도심 곳곳도 색색의 LED 조명으로 새 단장을 해서 밤 풍경을 바꿔놓았다. 대관령IC에서 올림픽 개·폐막식장을 잇는 2.8㎞ 도로 양편에 조성한 자작나무엔 오륜기의 다섯 가지 조명이 시시각각 색을 바꿔가며 비추도록 했다. 횡계 로터리는 '눈꽃 광장'이라는 이름으로 변신해 4m 높이의 조명탑 13개가 광장을 비춘다.
강릉도 '올림픽 야경'으로 빛나고 있다. 강릉 거리 곳곳이 LED 조명으로 화려하게 변신했고, 강릉 아이스 아레나는 형형색색의 조명을 받아 눈길을 사로잡는다. 위홍석 강원도 경관과장은 "조명을 많이 설치한 것은 미관을 위한 측면도 있지만, 대회 기간 워낙 밤 경기가 많기 때문에 관람객들이 안심하고 다닐 수 있도록 거리를 밝히려는 이유도 크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