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수원시 아주대 정문 앞에서 요즘 '피시(PC)방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같은 건물 2층과 5층에 자리 잡은 대형 피시방이 사생결단으로 가격 경쟁에 뛰어들었다. 시간당 요금 300원, 라면 300원까지 등장했다. 근처 피시방이 각각 1000원 정도 받는 데 비하면 파격적인 가격이다. 두 업소의 싸움은 소문을 타고 소셜 미디어도 달구고 있다. 갈등을 이성적으로 해결해 상생하지 못하고 '너 죽고 나 죽자' 식으로 치닫는 우리 사회의 단면을 보여준다는 지적이 나온다.

◇동업하려다 "너 죽고 나 죽자" 등 돌려

아주대 피시방 전쟁의 발단은 작년 10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프랜차이즈 가맹점인 A 피시방은 대로변 7층 상가 건물의 5층에서 2016년 하반기부터 영업해오고 있었다. 240석 대형 업소였다. 그런데 바로 뒤편 건물에 2012년부터 2개 업소 총 250석 규모를 운영하던 B 피시방이 사업 확장에 나섰다. B 피시방 업주는 A 피시방 건물의 2층 전체를 임차했다.

경기 수원시 아주대 앞 대학로의 건물 5층 PC방 외벽에 2층에 새로 입주한 PC방의 업주를 비난하는 현수막이 걸려 있다.

두 피시방 업주는 알고 지내던 사이였다. 제 살 깎아 먹기 우려 때문에 매장을 인수·교환하는 얘기까지 오갔다. 그러나 협상이 깨졌다. 결렬 원인에 대해서는 주장이 엇갈린다. A 피시방 업주는 1일 본지 통화에서 "가게 매출 등 영업 자료를 건네주고 인수인계가 끝나자 B 피시방 업주가 갑자기 연락을 끊었다"고 주장했다. 반면 B 피시방 업주는 "A 피시방이 프랜차이즈의 위력을 앞세워 수익이 나지 않는 업소를 억지로 떠맡기려 했다"고 맞섰다.

감정싸움이 겹치자 양측은 출혈 경쟁에 들어갔다. B 피시방은 지난달 26일 A 피시방 건물 2층에 개업하며 '시간당 요금 500원, 라면 500원, 20시간 무료 쿠폰 제공' 행사를 시작했다. A 피시방도 '300원' 행사로 맞불을 놓았다. 싸움은 A 피시방의 프랜차이즈 본사가 가세하면서 전면전으로 번졌다. A 피시방 본사는 B 업주를 겨냥해 '너 죽을 때까지 PC 요금 무료!!!'라는 대형 현수막을 건물에 내걸었다. 이어 B 피시방 업주가 평소 아내를 폭행하고 사생활이 문란하다는 주장을 담아 '와이프 갈비뼈 부러트리고 만든 PC방!'이라는 2차 현수막을 걸었다. 이에 대해 B 피시방 업주는 "사실무근이며 법적 대응을 검토 중"이라고 반박했다.

2층 PC방과 갈등을 빚고 있는 5층 PC방이 내건‘300원’가격표.

소문을 타고 두 곳 다 손님은 늘었다. 그러나 오히려 그만큼 적자가 쌓이는 형편이다. 게임 회사 수수료, 전기료, 인건비 지출이 적지 않다. 임차료에다 컴퓨터, 인테리어 등 기본 투자액 때문에 물러나기도 쉽지 않다.

◇인근 중소 업소들 "우리까지 피해"

두 업소의 싸움을 바라보는 주변의 눈길도 싸늘하다. 특히 근처 중소 피시방 10여 곳이 속을 앓고 있다. 인근에서 10년 남짓 운영해 온 소규모 피시방은 최근 손님이 30% 수준으로 줄었다. 이 업소 업주는 1일 "피시방의 대체재 성격인 당구장도 손님이 줄었다고 한다"며 "300원 라면을 먹으며 피시방에서 종일 보낼 수 있는데 굳이 음식점을 찾겠느냐"고 말했다.

한 건물에 같은 업종을 입주하게 만들어 분쟁을 유발한 건물주에 대해서도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다른 피시방 업주는 "피시방은 편의점, 치킨집처럼 소상공인의 대표 업종인데 고래 싸움에 새우 등이 터지는 것 아닌가 싶어 서글프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윤인진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는 "경제적 이득을 보려는 사업에서 비이성적 감정싸움이 발생하는 것은 우리 사회 전반에서 벌어지는 갈등의 단면을 보여준다"며 "상대를 제압하고 자기 이익을 실현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점을 깨닫고 접점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사소한 일이 접점을 찾지 못하고 극단으로 간다는 점에서 주변에서 흔히 보는 일"이라며 "아주대 학생이나 건물주 등 관련된 제3자가 나서는 것도 해결 방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