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 동계올림픽 경기가 열리는 강릉과 평창 곳곳에선 '베뉴'라는 단어를 자주 볼 수 있다. 식당 '메뉴'의 오타가 아니다. 베뉴(venue)는 올림픽 경기장이나 건물을 통칭하는 말이다. 이 베뉴에는 또 수많은 이름이 따라붙는다. 경기장에 따라 영어로 스타디움, 아레나도 나오고 오벌도 등장한다. 어떤 뜻이 담겨 있을까.
스타디움(stadium)은 고대 그리스의 척도 '스타디온(stadion)'에서 유래했다. 1스타디온은 176m로, 그리스 시대의 단거리 경주 거리를 의미했다. 이후 육상 트랙이 있을 정도로 규모가 큰 야외 경기장을 스타디움으로 부르게 됐다. 하계 올림픽에서도 개·폐회식이 열리는 주 경기장, 육상 경기장 등이 대부분 스타디움으로 불린다.
아레나(arena)는 의미가 약간 다르다. 원래 아레나는 라틴어로 모래라는 뜻이다. 고대 로마 시대 검투사들이 대결을 펼치는 원형 경기장을 아레나로 불렀는데, 여기에 모래가 깔려 있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현대엔 복싱, 아이스하키, 농구 등 스타디움보다 규모가 상대적으로 작은 실내 스포츠 경기장을 아레나로 부르는 경우가 많다. 하계 올림픽의 수영장도 보통 아레나로 부른다. 평창올림픽에선 피겨 스케이팅과 쇼트트랙 경기를 치르는 강릉아이스아레나가 있다.
오벌(oval)은 '타원형'을 뜻한다. 동계올림픽에선 주로 스피드 스케이팅 경기장에 '오벌'이라는 이름이 붙는다. 400m의 긴 타원형 트랙을 갖춘 스피드 스케이팅장은 대부분 위에 타원형 뚜껑을 덮고 있다. 평창올림픽 스피드 스케이팅장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영문 이름이 '강릉 오벌'로 정해졌다. 미 백악관의 미 대통령 집무실이 오벌 오피스(Oval Office)인 것도 형태가 타원형이기 때문이다.
파크(park)는 주로 미국에서 야구장 이름으로 사용된다. 강정호가 뛰었던 메이저리그 야구팀 피츠버그 파이리츠팀 홈구장 이름이 PNC파크다. 평창올림픽 경기장의 경우 프리스타일 스키와 스노보드 경기가 열리는 휘닉스스노경기장이 파크로 불린다. 이외 평창올림픽 경기장에는 주로 센터(center)라는 이름이 붙었다.
베뉴는 평창올림픽에서 경기장뿐 아니라 메인프레스센터(MPC), 국제방송센터(IBC), 선수단 숙소 등을 통칭한다. 원래 콘서트, 스포츠 경기, 회담 등이 벌어지는 장소를 의미하는데,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전통적으로 올림픽과 관련된 행사가 벌어지는 장소를 베뉴로 통칭해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