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 화폐 가격 폭락 이후 사기를 당했다는 신고가 잇따르고 있다. 열풍 속에 무작정 뛰어들었던 이들이 거품이 걷힌 후 피해를 호소하는 것이다. 서울에서 작은 가게를 운영하는 정모(여·75)씨는 지난 1일 서울 용산경찰서에 가상 화폐 사기를 당했다는 고소장을 냈다. "2015년 옆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지인에게 '비트코인 투자를 아주 잘하는 사람'이라고 50대 남성을 소개받아 1400만원을 건넸는데 수익금을 준다더니 지난달 말 잠적해 버렸다"는 것이다. 정씨는 "전세금 2000만원을 빼서 마련한 돈인데, 너무 답답해 눈물이 난다"고 했다.
가상 화폐 사기의 가장 큰 피해자는 노인과 주부라고 한다. 울산에서 "해외스포츠 도박 업체에 비트코인 300만원어치를 투자하면 52주 동안 매주 20만원의 배당금을 주겠다"고 속여 68명에게 약 35억원을 가로챈 2명이 작년 10월 붙잡혔다. 적게는 300만원에서 3억8000여만원까지 투자했던 피해자 대부분은 주부와 노인이었다. 또 "고수익을 낼 수 있다"는 말에 속아 가짜 가상 화폐 '헷지비트코인'에 5억원을 투자했던 한 주부는 파혼을 당했다고 한다. 1500억원대 사기 행각을 벌인 일당은 지난해 8월 경찰에 입건됐다.
'구매 대행업체'가 투자 사기의 통로가 된다. 정부 규제로 신규 계좌 개설을 하지 못하게 되자, 사람들이 '구매 대행업체'를 찾는다. 인터넷에는 "다시 오르니 지금 사라"는 구매 대행 사이트 홍보글이 올라온다. 가짜 대행업체를 구분하기 어려워 주의해야 한다. 지난해 11월 전북 익산경찰서는 전국 60개 지점의 '비트코인 구매 대행업체'를 개설해 3916명에게 387억원을 받아 챙긴 혐의로 장모(60)씨를 구속하고 이모(50)씨 등 5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이때도 피해자는 대부분 주부나 나이 든 퇴직자였다.
비트코인이 세계적으로 통용되다보니 이런 수법의 국제 사기에 휘말리기도 한다. 지난해 9월 영국 맨체스터에 투자회사로 등록한 '컨트롤 파이낸스'가 동유럽 출신 배우를 비트코인 투자 전문가로 내세웠다. 전 세계 5만여 명의 투자자에게 하루 1~1.5% 수익금을 주겠다며 1100억원 이상을 받아 챙겼다. 우리나라에서도 2000여 명이 700억원가량을 날린 것으로 나타났다. 가짜 코인도 판친다. 비트코인 외에도 이더리움, 리플 같은 가상화폐들로 돈을 벌었다는 사례가 인터넷에 공개되자 값싼 신종 코인을 미리 사두려는 사람들을 이용해 돈만 챙겨 잠적하는 수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