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 동계올림픽 개회식 중 대만 선수단 입장 당시 국내 방송사들이 송출한 국적 표기 자막을 두고 중국과 대만에서 논란이 일고 있다. 중국에선 대만을 ‘차이니스 타이베이(中華臺北)’ 대신 ‘대만’이라 적어 “대만을 국가 취급했다”며 비난 여론이 일고 있다.

논란의 발단은 지난 9일 국내 일부 방송사가 대만 선수단이 올림픽 개회식에 입장할 때 한글 자막에 ‘대만(타이완)’이라고 표기하면서부터다.

9일 평창 동계올림픽 개회식에서 대만 대표단 입장시 국내 방송사들의 자막을 두고 중국과 대만 언론이 설전을 벌이고 있다.

MBC는 국명을 ‘타이완’, 수도를 ‘타이베이’라고 소개한 자막을 송출했고, SBS는 국명을 ‘대만’이라고 소개한 자막을 송출했다. KBS1은 ‘차이니스 타이베이’라고 적은 자막을 송출했으나, 중국 네티즌은 ‘수도: 타이베이’라고 적은 자막을 문제 삼고 있다. 국내 방송사 모두 영어 자막에서는 국명을 ‘Chinese Taipei’라고 규정대로 표기했다.

중국 네티즌은 한글 국가명을 ‘차이니스 타이베이’라고 적어야 하고, 대만에 ‘수도’라는 표현을 쓰는 것도 부적합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지난 2016년 걸그룹 트와이스의 대만 출신 멤버 쯔위(周子瑜·16)가 한 예능 프로그램에서 대만 국기((國旗)를 흔들었다는 이유로 거센 논란이 일었을 때와 비슷한 상황이다. "한국 미디어가 '대만을 중국의 일부 지역'으로 다뤄야 한다"는 게 중국 측 주장이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 규정상 대만 대표단은 ‘대만’ 대신 ‘차이니스 타이베이’라는 국명을 써야 올림픽에 참가할 수 있다. ‘대만은 중국의 일부’라는 중국의 주장을 반영한 조치다.

이와 관련, 빈과일보 등 대만 현지 언론은 ‘한국이 정확한 표현’을 썼다고 전하는 한편, ‘차이니스 타이베이’라는 표현이 틀렸을뿐 아니라 혼란스럽다고 주장했다. 자막을 둘러싼 논란이 양국 간 자존심 문제로 비화한 모양새다.

이처럼 국명·지명 표기 등을 둘러싼 중국 측의 압박은 올 들어 더 가열되는 추세다. 지난달 말엔 중국 정부가 일본 생활용품 업체 무인양품이 배포한 지도에 일본과 영유권 분쟁 중인 댜오위다오(일본명 센카쿠 열도)가 누락됐다며 지도 폐기를 명령해 논란이 일었다. 메리어트 호텔, 델타 항공 등 주요 기업들도 대만 등의 표기법을 두고 곤욕을 치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