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스북 통해 '언론보도 저의 의심스럽다'
'피해자가 사죄 안 받아줘, 사회활동으로 속죄'
피해자 "가해자 얼굴 본 적 없다. 이건 2차 가해...법적 대응"
"좌도 아니고 우도 아니고 그냥 피해자다" "제발 괴롭히지 말라"
총장 신부 "오해했다..사과 후 글 삭제"

"보도의 저의가 의심스럽다." "한 신부(神父)가 7년간 사과를 했지만 피해자에게 용서를 받지 못해 사회적 약자를 위한 희생적 활동으로 보속(속죄)했다"
남수단에 파견된 수원교구 소속의 한 모 신부가 현지에서 수차례에 걸쳐 문을 잠그고 여성 신도 성폭행을 시도했던 사실이 지난 23일 KBS의 보도로 알려졌다. 가톨릭 신자들은 물론 국민들도 사건의 전말을 알게됐다. 경악했다는 게 일반적인 반응이다.
그러나 대학 총장직을 맡은 또 다른 신부가 2차 가해에 해당하는 '가해자 변호' 논리를 내세워 논란이 되고 있다.

◇김유정 신부 "KBS 보도 저의 의심스럽다"
대전가톨릭대 총장인 김유정 신부가 26일 페이스북에 글을 올린 글은 이렇다.

대전가톨릭대 총장인 김유정 신부와 그가 올린 페이스북 글

어느 분의 말씀에 의하면, 그 신부님은 지난 7년간 피해자에게 용서를 구했지만 용서를 받지 못했던 것 같다고 합니다. 그 말씀을 들으며, 그 신부님이 그토록 열심히 사회 정의와 사회적 약자들을 위해 헌신하고자 했던 까닭이, 7년 전 자신의 죄에 대한 보속(補贖·지은 죄를 적절한 방법으로 보상하거나 대가를 치르는 것)의 의미는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도 해보았습니다.>>
김 신부는 이어 "그 신부님의 행동을 두둔하려 함은 아니다"라며 "일어나서는 안 될 일"이라는 내용을 적었다.

문제는 ‘신부님이 용서를 구했지만 용서받지 못했던 것 같다”는 대목. ‘피해자가 용서해주지 않아 사회적 활동에 앞장서며 ‘속죄’했다’는 글을 통해 ‘피해자’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듯한 태도를 취하고 있는 것이다.

kbs 화면 캡처.

김민경씨 측 "공작이라고? 7년간 만난 적 한 번도 없다"
김 신부의 글이 일부 언론을 통해 보도되자 피해자인 김민경씨 측은 "명백한 2차 가해"라고 반발했다.
'김민경씨의 심리상담사'라고 밝힌 김이수씨는 26~27일 트위터에 잇따라 글을 올려 "피해자인 김민경씨가 소셜미디어(SNS)를 활용하지 않는 관계로 김씨의 동의를 얻어 글을 올린다"며 "한 신부가 7년간 사죄했으나 용서받지 못했다는 말이 여러 매체에 보도돼 피해자에게 2차 가해가 되고 있다"고 했다. 김이수씨는 '한 신부가 7년간 용서를 빌었다'는 김 신부의 주장에 대해 "사실이 아니다. 한 신부와 민경씨는 수단에서 외에는 사적으로 만난 일이 없다"고 했다.

그는 "피해자가 한 신부를 만나는 것을 극도로 두려워해 전화번호를 바꿨으며 이후 피해자가 찍은 사진을 활용해 책을 내고 출판기념회를 할 때도 의향은 둘째치고 소식도 지인들을 통해 전해 들었을 뿐"이라며 "그러함에도 불구하고 마치 한 신부의 말도 안 되는 소설이 사실인 것처럼 천주교 신부님들 사이에서 퍼져 민경씨가 수도 없이 사과를 한 한 신부를 용서하지 않고 KBS와 짜고 음해하는 양 몰아가는 이 형국에 몹시 충격받고 있다"고 했다.
김이수씨는 "더이상 KBS의 음해며 한 신부의 7년간의 사과를 받아주지 않았다는 따위의 유언비어를 중지해 달라. 결코 사실이 아니다"라며 "이러한 명예훼손에 대해서는 분명한 법적 조치까지도 고려하겠다"고 했다.

그는 일각에서 제기된 '미투 공작설'에 대해서도 "몇 일 전부터 우리가 공작세력이 아니라는 걸 호소하고 있다. KBS랑 짜고 치고 있지 않다. 음해, 확산, 혈안. 그런 거 없다. 지독한 고통에서 벗어나기 위한 MeToo(미투)일 뿐"이라고 했다.
김씨는 "민경씨는 가족이 있고 모두 실의와 분노에 차 있습니다. 이런 고통 속에 있었다는 걸 아무 몰랐기에 아픔이 더 크다"며 "제발 도와달라"고 호소했다.

김이수씨 트위터 캡처.


◇김 신부 "잘못된 내용 들었다" 피해자 측에 사과
논란이 일자 김 신부는 27일 피해자 측에 사과하고 논란이 된 글을 삭제했다.
천주교 대전교구에 따르면 김 신부는 김이수씨와 전화 통화를 통해 "사실과 거리가 있는 잘못된 내용을 어느 분에게 듣고 얘기한 것"이라고 해명하면서 사과의 뜻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신부는 또 "마음의 상처를 드려 죄송하다"는 사과의 말을 김민경씨에게 전해달라고 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이수씨는 28일 트위터에 글을 올려 “김 신부가 저에게 직접 연락을 줘 한 시간 넘는 긴 대화를 했다. 진지하고 진솔한 마음 상황이 그런 줄 모르셨다는 말씀 죄송하다는 말을 몇 번이나 해 오히려 제가 면구했다”며 “민경씨에게도 신부님의 마음을 전해드렸다”고 했다.

그는 또 “KBS, 좌파, 우파, 열심한 신자분들, 정구사(정의구현사제단), 수원교구…. 너무 많은 곳의 다양한 프레임이 우리를 덮쳤다”며 “그냥 한 건의 성범죄인데 범죄자 고발에 뭐가 이렇게 복잡한 건지”라고 토로했다.

김이수씨는 현 정부 인사나 진보 인사들에 대한 미투가 특정 세력의 '공작'일 수 있다는 취지의 주장을 한 방송인 김어준씨를 거론하며 “김씨 옆에 있는 누군가가 꿀밤 한 대 때려줬음 좋겠다”며 “이 아침에 내 한(恨)을 담은 소박한 소원”이라고 했다.

김이수씨는 “정말 많은 프레임에 너무 억울해서 하는 말”이라며 “천주교가 성직자 권력자들의

성범죄에 대해 상황의 심각성을 제대로 자각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민경씨 심리상담사 김이수씨가 트위터에 올린 글 전문]

저는 KBS에 보도된 천주교 신부 성추행 관련 피해자 김민경씨의 심리상담사인 김이수입니다.

본 사건과 관련하여 한 신부님이 7년간 사죄했으나 용서받지 못했다는 말이 여러 매체에 보도되어 피해자에게 2차 가해가 되고 있습니다. 김민경씨가 SNS를 활용하지 않는 관계로 부득불 민경씨의 동의를 얻어 요청드립니다.

사실이 아닙니다. 한 신부님과 민경 씨는 수단에서 외에는 사적으로 만난 일이 없습니다.
피해자가 한 신부를 만나는 것을 극도로 두려워하여 전화번호를 바꿨으며 이후 아부나뎅딧에 피해자가 찍은 사진을 활용하여 책을 내고 출판기념회를 할 때도 의향은 둘째치고 소식도 지인들을 통해 전해들었을 뿐입니다. 그러함에도 불구하고 마치 한 신부의 말도 안 되는 소설이 사실인 것처럼 천주교 신부님들 사이에서 퍼져 민경씨가 수도 없이 사과를 한 한 신부를 용서하지 않고 KBS와 짜고 음해하는 양 몰아가는 이 형국에 몹시 충격받고 있습니다.

오늘 민경씨는 경찰이 한 신부의 범행을 고소하지 않겠다 의사를 밝혔습니다. 이미 많은 것을 잃고 실의에 빠져있어 선처를 구하는 신부님들의 걱정에 동의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부탁드렸습니다. 사실을 사실대로 밝혀달라고.

매체에 끊임없이 유언비어가 돌고 있습니다. 또한 대전신학대학교에서도 이런 내용으로 강론이 되었다고 알려와그때마다 매 순간 무너지고 있습니다. 명백한 2차 가해입니다.
당장 중지해주십시오. 저희는 이러한 명예훼손에 대해서는 분명한 법적 조치까지도 고려하겠습니다.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에서 위 사실을 바로잡아주시겠다 약속하셨고 끝까지 믿고 싶습니다.그러나 스스로의 인권은 스스로 지켜야하겠기에 공개적인 SNS에 남깁니다. 더이상 KBS의 음해며 한 신부의 7년간의 사과를 받아주지 않았다는 따위의 유언비어를 중지해주십시오. 결코 사실이 아닙니다.매우 간절하고 단호하게 부탁드립니다.

민경씨를 대신해 공개적으로 남깁니다. 이런 인격모독을 당장 중지하십시오.

몇일전부터 우리가 공작세력이 아니라는걸 호소하고 있다. 들어주세요. KBS랑 짜고치고있지 않습니다. 음해, 확산, 혈안. 그런 거 없어요. MeToo일 뿐입니다.지독한 고통에서 벗어나기 위한.

민경씨는 가족이 있고 모두 실의와 분노에 차있습니다. 이런 고통 속에 있었다는 걸 아무 몰랐기에 아픔이 더 큽니다. 제발 도와주십시오.
저러다 쓰러지지 싶습니다. 프레임, 공작, 음해, 확산, 혈안 그 무엇도 없습니다. 단지 사람으로 살고싶은 몸부림일 뿐입니다. 이렇게 괴롭히지 말아주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