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하니?” “내가 스스로 감내해야 할 문제를 괜히 이야기 했다.” “괘념치 말거라.”

안희정(53) 전 충남도지사가 모바일 메신저 텔레그램(Telegram)으로 정무비서 김지은(34)씨에게 보낸 대화내용이다. 김지은 씨는 5일 방송뉴스에 출연, “(안희정)지사님이 저한테 (사적으로) 했던 말, 비밀 텔레그램들이 있다”고 말했다.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왼쪽), JTBC가 공개한 안 전 지사와 김지은씨와의 텔레그램 대화 내용(오른쪽), 공개된 두 사람의 텔레그램 대화는 ‘비밀모드’가 아닌 ‘일반모드’에서 이뤄졌다. 일반모드에서는 비밀모드와 달리 화면 캡처가 가능하다.

텔레그램에는 '카톡' '라인'과 기능이 비슷한 '일반 대화창', 이보다 보안성을 높인 '비밀 대화창' 기능이 있다.
비밀모드로 나눈 대화는 1초∼1주일 등으로 시간을 정해 자신의 텔레그램은 물론 상대방의 대화창에서도 자동삭제할 수 있다. '괘념치 말거라' 메시지를 1초, 혹은 1분 뒤에 대화창에서 사라지게 설정할 수 있다는 것이다. 비밀모드로 대화하면 대화창 캡처도 불가능하다. 내용이 '복사'되지 않아 다른 사람에게 전달할 수도 없다.

두 사람의 대화 내용은 어떻게 세상에 나오게 된 것일까.
JTBC가 공개한 메시지를 보면 화면 상단에 '자물쇠 무늬'가 보이지 않는다. 안 전 지사가 해당 대화방을 일반모드로 사용했다는 뜻이다. 일반모드에서는 캡처가 가능하다. 실제 안 전 지사는 비밀모드과 일반모드를 구분하지 않고 메시지를 보냈다는 것이 김씨 측 얘기다.

보안전문가들은 “안 전 지사가 텔레그램의 기능을 제대로 이용하지 못했거나, 텔레그램만 사용하면 비밀유지가 된다고 착각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그렇다면 비밀모드로 나눈 대화는 100% 안전할까. 화이트해커 A씨는 “기본적으로 시스템을 통한 해킹은 어렵다”고 했다. 그러나 방법이 없는 것도 아니다. 대화창을 또 다른 카메라로 촬영하는 ‘아날로그’적 방법이 존재하는 것이다. ‘사진에 찍히지 않는 대화창’은 아직 상용화된 것이 없다.

다만 수사에 나선 검찰이 안 전 지사의 ‘비밀모드 메시지’를 확보할 가능성은 낮다. 텔레그램의 서버가 독일에 있어, 압수수색 영장도 무용지물이기 때문이다.

텔레그램은 2013년 러시아 출신의 파벨 두로프, 니콜라이 두로프 형제가 만든 메신저 서비스다. 월간 활성 사용자(MAU)는 2억명 수준이다. 텔레그램을 통해 오가는 메시지수는 하루 250억개에 이른다. 테러단체 IS(이슬람 국가)는 텔레그램을 통해 자신들의 활동소식을 공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