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아침 에스프레소 한 잔을 벌컥 마시고 피아노로 직행해요. 꿈에 나온 악상을 건반 위에 옮기기 바쁘거든요." 미국 재즈 피아니스트 밥 제임스(79)는 나이가 무색할 만큼 왕성하게 활동하는 연주자다. 30일 오후 8시 서울 연세대 백주년기념관 무대에 오르는 그는 이번엔 밴드 '포플레이(Fourplay)' 리더로서가 아니라 자신의 이름을 걸고 공연한다. 한국 뮤지션들이 세션 연주자로 함께 선다.

포플레이 리더로 7번 내한했고, 단독 공연으로 두 번째 내한할 만큼 한국을 좋아하고, 또 한국인이 사랑하는 아티스트다. "김광석 추모 앨범에 내 피아노가 들어 있는 것 아시나요? 그의 생전 목소리에 내 피아노를 입혔거든요. 한국 래퍼가 제 곡을 샘플링해서 쓰기도 했고요. 제 곡 '노틸러스'는 샘플링 사이트에서 1위에 올라 있기도 하죠."

오는 30일 공연하는 재즈 피아니스트 밥 제임스는 80세를 앞두고 있지만 “은퇴는 이르다”며 “이젠 ‘포플레이’ 리더가 아니라 밥 제임스로 더 많이 불리고 싶다”고 말했다.

리 릿나워(기타), 네이선 이스트(베이스), 하비 메이슨(드럼)과 함께 결성한 포플레이는 기타리스트가 바뀔 때마다 조금씩 색깔이 달라지긴 했으나 일반적으로 '스무드 재즈'라고 불리는 팝재즈를 연주했다. "2대 기타리스트였던 래리 칼턴은 '청바지 입고 무대에 서지 않겠다'고 약속해서 영입했는데 첫 공연부터 청바지를 입고 왔어요. 유니폼이라나 뭐라나. 하하." 래리 칼턴과 함께 낸 명반 '4'와 'Heartfelt'는 지금도 세계적으로 사랑받는 앨범이다. "포플레이 내한 공연 구경 왔던 친구들이 20대 한국 청년들이 객석 절반을 메우고 또 우리 사인 받으려고 줄 서는 걸 보고 충격을 받았었죠."

그는 그러나 "이젠 '밥 제임스'로 불리고 싶다"고 했다. 포플레이 음악은 그의 욕심을 온전히 담기에 폭이 좁았다고 했다. "포플레이 활동만 26년째예요. 4명이 책임감을 나눠 가지는 건 좋았지만 나는 도전을 좋아하거든요. 나는 늘 나 자신의 리더가 되고 싶은데 '포플레이 리더'로만 인정받는 것 같아 솔로 활동에 대한 갈증이 많았습니다."

2010년 영입한 3대 기타리스트 척 롭이 지난해 병으로 세상을 떠난 것도 활동에 영향을 미쳤다. "정말 완벽한 멤버였는데…. 그가 죽고 우리 모두 한동안 연주를 못 할 만큼 큰 슬픔에 빠졌죠. 당분간 기타리스트를 찾지 않고 각자 활동에 집중할 겁니다."

오는 7월 발매할 솔로 앨범은 트리오곡 위주로 꾸몄다. '불고기'란 제목의 연주곡도 있다고 했다. "피아노를 치며 '불고기'란 말을 넣어 흥얼거려 봤는데, 불고기 먹는 것도 좋아하지만 그 어감이 아주 좋더라고요. 그래서 제목으로 붙였어요." 그는 "나이 들수록 음악이 더 큰 취미가 된다"고 했다. "해가 갈수록 기억력이 떨어져요. 새 앨범은 기억을 잊지 않기 위해 쓴 일기입니다." 공연 문의 070-8887-347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