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구호단체들이 잇단 성추행으로 한바탕 논란을 치른 가운데 영국 정부 산하 기관인 구호단체 감독위원회가 ‘세이브더칠드런’에 대한 정식 조사에 착수하면서 구호단체 성추문 문제가 다시 부각되고 있다.
위원회는 2012년과 2015년에 세이브더칠드런 내부에서 발생한 성희롱 논란에 대한 내부 조사 및 조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고 보고 이를 바로 잡기 위해 조사에 들어간다는 입장이다. 이번 조사는 지난 2월 불거진 국제 구호단체 옥스팜 성매매 파문 이후 구호단체에 대한 조사가 확대된 데 따른 것이다.
위원회 관계자는 이번 조사에 대해 “구호단체와 관련된 조사 중 가장 심각한 형태의 법적 조사”가 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 세이브더칠드런, 성추행 관련 내부 부실 조사 의혹…법적 조사 착수
11일 가디언에 따르면, 10일 영국 구호단체 감독위원회는 2012년, 2015년 세이브더칠드런에서 발생한 성희롱 논란에 대한 새로운 정보를 입수함에 따라 당시 내부 조사가 불충분했다고 판단, 당국 차원에서 정식 조사에 들어간다고 발표했다.
앞서 지난 2월 22일 유엔 산하 기관인 유니세프(유엔아동기금)의 사무차장 저스틴 포사이스는 2010~2015년에 세이브더칠드런 최고경영자로 역임하던 당시 사내 여성 3명에게 부적절한 문자 메시지를 보내는 등 성희롱을 한 혐의가 뒤늦게 알려지면서 유니세프 사무차장 자리에서 사임했다. 같은 달 2015년에 세이브더칠드런 정책국장을 지냈던 브랜든 콕스도 사내 여성에게 성추행을 저지른 혐의로 자선단체 두 곳에서 사임했다.
당시 피해자들은 이들의 성희롱 문제를 지속적으로 제기했지만 세이브더칠드런 경영진은 최대한 문제를 덮으려했고, 그 사이 포사이스는 최고경영자직에서 물러난 뒤 유니세프로 이직했다.
이에 따라 위원회는 이번 조사에서 2012년과 2015년에 세이브더칠드런이 두 사람의 성희롱에 대한 직원들의 신고에 어떻게 대응했는지, 사건의 본질과 심각성에 대해 충분히 보고했는지, 2018년 이후 해당 사건에 대해 어떠한 조치를 내렸는지 등에 대해 자세히 들여다볼 예정이다.
◇ 옥스팜 성매매 파문으로 줄줄이 폭로된 구호단체의 민낯
거의 은폐될 뻔했던 세이브더칠드런 성희롱 논란이 세상에 밝혀지게 된 것은 지난 2월 초 구호단체 옥스팜의 성매매 파문이 일면서다. 2월 9일 영국 더타임스가 아이티 강진 발생 이듬해인 2011년 현지에서 구호활동을 벌이던 옥스팜 직원들이 성매매를 했다는 의혹을 제기하면서 사건이 알려졌다.
옥스팜은 사건 당시 조사를 통해 성매매와 연루된 직원 4명을 해고했고, 다른 3명은 스스로 회사를 떠났다는 보고서를 작성했으나 이 같은 사실을 알리지 않아 은폐 논란에 휩싸였다.
이에 영국 정부는 방지책을 마련하지 않는 구호단체에 대한 지원을 중단하겠다고 발표하는 등 강경한 입장을 보였다. 정치권에서는 구호단체에 대한 조사를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기도 했다.
이 여파로 국제적십자위원회에도 직원들의 성매매 연루 사실이 밝혀지는 등 구호단체들의 성추문 혐의가 줄줄이 공개됐다. 2월 24일 국제적십자위원회는 “2015년 이후 총 21명의 직원이 성매매에 연루돼 해고되거나 내부 조사 이후 사직했다”고 밝혔다.
유엔 내부에서도 2017년 10~12월 총 40건의 성추행 및 착취가 일어난 것으로 드러났다. 이 중 15건은 유엔 평화유지활동에서, 17건은 유엔 산하 기구·기관에서, 8건은 관련 협력단체에서 일어난 것으로 밝혀졌다.
국제자선단체인 국경없는 의사회에서도 지난해에만 성범죄 24건이 발생한 것으로 드러나 19명이 퇴출된 것으로 보고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