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배 차량의 아파트 진입을 막아 '택배 대란'이 벌어졌던 경기 남양주시 다산신도시 일부 아파트 단지에 정부가 '실버 택배'를 도입해 문제를 해결하기로 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실버 택배는 택배 기사가 아파트 내 물품 보관소에 택배를 두고 가면, 65세 이상인 '실버 택배' 요원이 개별 주택까지 물품을 배송하는 방식이다. 문제는 실버 택배 요원들의 임금을 정부·지방자치단체가 분담한다는 것이다.
시민들 사이에서는 "국가 세금을 왜 일부 아파트 주민을 위한 택배 운영에 투입한다는 거냐" "앞으로도 무조건 떼만 쓰면 국가가 세금으로 문제를 해결해줄 거냐"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 “다산신도시 택배 비용을 내가 왜 부담해?” 시민들 분통

이달 초부터 경기 남양주시 다신신도시 일부 아파트 인도에는 택배가 쌓였다. 이 아파트가 단지 내 모든 차량출입을 통제하면서 택배차량 출입까지 막았기 때문이다.

국토교통부는 지난 17일 경기도 남양주시 다산신도시에서 입주민 대표, 택배사, 건설사 등과 아파트 택배분쟁 조정 및 제도개선 회의를 열고 택배 문제 해결을 위해 실버 택배를 활용하기로 합의했다. “택배 차량의 지상 통행은 안된다”는 다산신도시의 한 아파트 공지가 나온 지 17일 만에 택배회사와 아파트 주민 간의 ‘택배 갈등’이 타협점을 찾은 것이다. 실버택배의 경우 배송비용의 절반은 보건복지부와 지자체가 내고 나머지는 택배회사가 부담한다. 세금으로 지원하는 총인건비는 1인당 연간 210만원으로, 정부와 지자체가 50%씩 지원한다. 제도 도입으로 혜택을 보는 아파트 입주민들은 비용을 내지 않는다.

이런 사실이 보도되자 인터넷을 중심으로 "입주민들의 개인적으로 부담해야할 택배 비용을 왜 우리가 낸 세금으로 부담해야 하느냐"는 비판이 쏟아졌다.
청와대 홈페이지 국민청원에는 17~18일 이틀 동안 약 170건의 반대청원이 올라왔다. 한 청원인은 "아파트 입주민들이 이기심과 갑질로 택배 차량을 막은 것"이라며 "택배는 개인이 사적으로 구매한 물건을 배달받는 서비스이기 때문에 공적 비용이 단 1원도 투입돼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17일 올라온 '다산신도시 실버 택배 비용은 입주민들의 관리비로 충당해야 합니다'라는 청원에는 하루 만인 18일 오후 3시 현재까지 12만 2100명이 동의했다.

양한주(25)씨는 “아파트 내부 갈등을 왜 국가가 나서서 해결해야 하느냐”며 “이번 해결책이 ‘노인 일자리 찾기’라는 명분도 지나치게 끼워맞춘 것 같다”고 지적했다. 직장인 박모(29)씨는 “택배기사들에게 ‘갑질’하는 아파트 주민들의 택배를 왜 나랏돈까지 써가면서 옮겨다 줘야 하느냐”고 했고, 이모(26)씨는 “앞으로도 떼 쓰면 다 세금으로 해줄 거냐”고 비판했다.

◇ 국토교통부 "노인들 일자리 창출 목적… 다른 지역도 시행 중"
국토교통부는 시민들의 불만은 이해하지만 특혜는 아니라는 입장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실버 택배는 택배사가 신청하면 인력과 상황을 파악한 뒤, 허가해주는 방식"이라며 "다산신도시 아파트에 특혜를 주기 위해서 새롭게 추진하는 사업이 아니다"라고 했다.

국토부에 따르면 실버택배는 노인일자리 창출을 위해 2007년부터 정부가 지원하고 있는 사업으로 지난해 12월 말 기준 전국 88개 아파트 단지에서 2066명의 실버 택배 요원들이 활동하고 있다. 다산신도시의 경우 택배사가 먼저 실버 택배 활용을 제안했고, 전날 회의에서 입주민들이 실버택배를 이용할 의사가 있다고 해서 합의에 이르렀다는 설명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택배비용의 주민 부담 문제에 대해서는 “일반적으로 동일하게 적용되는 실버택배 비용 지원을 논란이 된 다산신도시 아파트에만 다르게 적용하는 것은 형평성에 맞지 않는다”면서 “하지만 앞으로는 실버택배 비용을 주민이 부담하는 방향을 고민해 보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