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댓글 사건'으로 기소된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에게 징역 4년이 확정됐다. 2013년 6월 재판에 넘겨진 지 4년10개월 만이다. 그동안 이 재판의 핵심 쟁점이었던 국정원의 선거 개입(공직선거법 위반)도 유죄로 최종 인정됐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19일 국정원법과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원 전 원장의 재상고심에서 징역 4년과 자격정지 4년을 선고한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원 전 원장은 2012년 대선을 앞두고 국정원 직원들을 동원해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에게 유리하거나 문재인 민주당 후보에게 불리한 내용의 인터넷 댓글을 달게 한 혐의 등으로 불구속 기소됐다.

검찰은 공직선거법상 18대 대선 선거사범의 공소시효(6개월)를 닷새 앞둔 2013년 6월 14일 원 전 원장을 기소했다.

그동안 이 사건은 5년가량 이어지며 반전을 거듭했다. 이번 확정판결까지 재판부 판결만 다섯 차례 나왔다. 국정원 직원들이 댓글을 단 행위를 선거 개입으로 볼 수 있느냐를 두고 재판부 판단이 수차례 엇갈렸기 때문이다.

1심은 선거 개입은 인정하지 않고 국정원 직원들의 정치 관여를 금지한 국정원법 위반만 인정해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2심은 둘 다 유죄로 보고 징역 3년을 선고하면서 그를 법정 구속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2015년 7월 "2심이 채택한 국정원 심리전단 직원들의 일부 트위터 계정 등을 유죄 증거로 볼 수 없다"며 다시 재판(파기환송심)을 하도록 했다. 대법원은 "2심이 유죄 증거로 삼았던 국정원 직원 김모씨의 2개 파일은 출처를 알기 어려운 형태"라며 "증거 능력을 인정할 수 없다"고 했다. 해당 파일에는 국정원이 선거 활동에 사용했다는 트위터 계정들이 있지만 작성자를 명확히 알기 어렵고 업무상 문서로도 보기 어렵다는 것이었다. 원 전 원장은 석 달 뒤 보석으로 석방됐다.

그러나 작년 8월 파기환송심은 다시 선거법 위반과 국정원법 위반 혐의를 모두 유죄로 인정해 징역 4년을 선고하고 원 전 원장을 법정 구속했다. 문재인 정부 들어 국정원이 내부 조사를 거쳐 제출한 원 전 원장의 부서장 회의 발언 녹취록이 판단에 중요한 영향을 미쳤다. 이 녹취록에는 원 전 원장이 '야당이 승리하면 국정원이 없어진다'는 등의 말을 한 내용이 담겨 있었다고 한다.

대법원은 이에 대해 "국정원의 댓글 활동이 선거 운동에 해당하고, 원 전 원장이 이를 지시하거나 관여한 사실이 인정된다"며 파기환송심의 판단을 그대로 받아들였다. 다만 하급심 과정에서 논란이 됐던 각종 증거의 증거 능력(증명 자료로 사용될 수 있는 자격)에 대한 판단은 따로 하지 않았다.

징역 4년이 확정된 원 전 원장은 2020년 12월까지 복역해야 한다. 재판이 진행되는 동안 법정 구속→석방→법정 구속 과정을 거치며 이미 1년4개월을 복역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원 전 원장은 현 정권 들어 '국정원 예산 유용' 등 다른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어 추가 기소될 경우 형기가 더 늘어날 수도 있다.

이 사건은 검찰 입장에서도 우여곡절이 많았던 사건이다.

2013년 이 사건 수사팀장을 맡았던 윤석열 검사는 원 전 원장에게 선거법 위반 혐의를 적용하지 말라는 법무부와 갈등을 빚다 그해 가을 국정감사에서 '외압 의혹'을 폭로했다. 그는 이후 고검을 전전하다 현 정권 들어 서울중앙지검으로 복귀했다. 그는 최근까지 원 전 원장 사건을 포함해 이른바 '적폐 수사'를 지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