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가르쳐야 학생의 창의성을 높일 수 있을까. 한국창의성학회에 속한 서울대 교수들이 초·중·고 교사를 만났을 때 가장 많이 들은 질문이다. 많은 교사가 창의성 교육을 직접 받아본 적이 없기 때문에 무엇을 어떻게 가르쳐야 할지 모르겠다고 토로한다. 이와 관련, 교수들은 학생들의 창의성을 높이기 위해 자신이 실천하는 교수법을 소개했다. 저마다 방식은 다르지만, 일방적인 주입식 강의가 아니라는 점만은 일치했다.

윤주현 디자인학부 교수의 강의는 일명 '홀로서기 수업'이라 불린다. 모든 과정이 개별 프로젝트로 진행되기 때문이다. 학생들이 지도교수 선정부터 팀 구성 및 주제 결정까지 모두 자율적으로 진행하는 통합창의디자인 프로젝트 수업을 하고 있다. 그 때문에 결과물도 제품, 서비스, 시스템 등 다양한 형태로 나온다. 윤 교수는 "자율성이 학생들에게 동기를 부여하는 요소로 작용한다"며 "제약이 없기 때문에 창의성을 더 자극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신종호 교육학과 교수는 연역적 방식이 아닌 귀납적 방식의 수업을 추구한다. 연역적 수업이란 일반적인 이론이나 원칙에 대한 설명을 우선하고, 이후 이를 뒷받침하는 구체적 사례나 현상 등을 다루는 방식을 말한다. 그래서 교수자가 중심이 될 수밖에 없다. 반면 귀납적 수업은 문제·사례·현상 등을 다루는 것에서 시작하며, 그 안에 숨겨진 원리와 이론 등을 학생 스스로 발견하거나 생각해내도록 돕는 방식이다. 신 교수는 수업마다 '생각해 봅시다'라는 활동을 과제로 제시하고, 다음 수업 때 이에 대한 생각을 학생들이 서로 공유하도록 돕는다. 그는 "'왜'를 중심으로 한 학습 경험을 통해 학생들은 자신이 배운 것을 실제 상황이나 문제에 연결하게 된다"며 "나아가 새로운 상황에서 적극적으로 질문하고 답을 찾는 역량을 기르게 된다"고 말했다.

박주용 심리학과 교수는 '일방적 강의'가 아니라 학생 스스로 토론과 글쓰기를 하도록 돕는다. 이를 위해 그는 웹 기반 동료 평가시스템인 '클래스프렙(classprep)'을 활용한다. 먼저 교수가 해당 자료와 질문을 제시하면 학생들은 자료를 읽고 A4 용지 한 쪽 분량의 글을 써서 게시한다. 이후 다른 학생들이 올린 3~6개의 글을 읽고 채점 기준에 따라 평가와 점수를 남긴다. 다른 학생이 자신에게 남긴 코멘트와 채점 결과도 볼 수 있는데, 여기서 머물지 않고 이것이 얼마나 유익했는지에 대한 답변도 남겨 몰입도를 높인다.

김세직 경제학부 교수는 화폐금융론을 창의적으로 수업한다. 매주 수업 전 화폐·금융과 관련된 한 가지 주제에 대해 깊이 생각할 수 있는 질문을 과제로 내주고, 수업은 이에 대한 생각을 자유롭게 나누는 형식으로 진행한다. 질문은 정답이 없는 문제가 대다수다. 이를테면, '불나라에서 얼음을 화폐로 도입하는 효율적인 방법은?' '얼음나라에서 얼음을 화폐로 도입한다면?' '정부가 갑자기 대출을 금지했을 때, 어떤 일이 일어날지 상상해 보라'는 식이다.

안성훈 기계항공공학부 교수는 적정기술을 반영한 창의적인 개발 수업을 진행한다. 기존 제품에 새로운 기능이나 형태를 얹는 것이 아닌, 학생 스스로 기획하고 만드는 형태다. 그는 "방법을 배우는 길은 교과서와 이론으로도 어느 정도 제시할 수 있지만, 실제로 자신이 생각하는 제품을 재료로 구체화하고 성능이 기대한 대로 나오는지 평가하고 제품을 생활에 적용하는 것은 실습으로 더 확실히 배울 수 있다"고 귀띔했다.

이 밖에도 박남규 경영학과 교수는 필기·교과서·시험을 배제한 '3무(無) 수업'을, 황농문 재료공학부 교수는 학생 스스로 문제에 대한 답을 생각해보게 하는 몰입식 수업을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