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입 전문가 다섯 명 중 네 명은 현재 20% 안팎인 대입 정시 선발 비율을 확대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본지가 22일 대입 전문가 15명에게 교육부가 국가교육회의에 결정해 달라고 요청한 수시·정시 비율 등 핵심 쟁점에 대해 긴급 설문 조사를 한 결과, 8명은 적정한 수시·정시 비율이 '7대3', 3명은 '6대4'라고 답했다. 1명은 정시를 50%까지 늘려야 한다고 했다. 15명 중 80%인 12명이 현재보다 정시 선발 비율을 늘려야 한다고 답한 것이다.

"패자부활전 필요"

이만기 유웨이중앙교육 평가연구소장은 "뒤늦게 철이 들거나, 적성을 늦게 찾은 학생들이 진학할 길을 터주어야 하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학교생활기록부(학생부)를 중시하는 수시 전형에선 내신 시험을 한 번이라도 망치면 상위권 대학에 들어가기 어렵기 때문에 수능 시험으로 만회할 기회를 보장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혜남 문일고 진학부장은 "정시 확대를 반대하는 사람들은 교실이 문제 풀이 위주의 교실, 학생들이 잠자는 교실로 돌아가는 것을 우려하지만, 정시는 패자부활전이나 구조적으로 내신이 불리한 학생들을 배려하기 위한 성격도 있다"고 말했다.

안상진 사교육걱정없는세상(사걱세) 정책대안연구소장 역시 7대3이 적절한 비율이라고 봤다. 사걱세는 '수능 전 과목 절대평가 도입' '수시 수능 최저학력 기준 폐지' 등 수능의 영향력을 줄이는 정책들을 주장해왔다. 그런데도 정시가 30% 정도는 돼야 한다고 본 것이다. 반면 최진규 충남 서령교 교사는 "수시는 재학생, 정시는 재수생이 강세인데, 재수생 숫자를 고려하면 8대2 정도가 적절하다"며 현재 정시 선발 비율 유지를 주장했다.

80%가 수시·정시 통합해야

수시와 정시를 통합해야 하느냐도 쟁점 중 하나다. 현재 수험생들은 8·9월 수시 전형 원서를 접수하고, 11월 수능을 본 후 정시 전형에 지원하는데, 이를 11월로 합치는 것이 좋은지가 쟁점이다.

'수시·정시 통합'에 대해 15명 가운데 12명이 찬성했다. 반대는 2명이었고, 1명은 의견을 유보했다.

전문가 중 고교 교사들은 수시와 정시 통합이 고교 3학년 2학기 학교 수업을 정상화할 것이라고 했다. 이재하 전국진학지도협의회장은 "3학년 2학기도 정상적으로 운영할 수 있고 입시 기간이 길어서 오는 피로감도 줄일 수 있다"고 답했다.

대학 관계자들은 수시와 정시가 통합되면 자기 수능 성적도 모르는 상태에서 수시 전형에 지원하는 '묻지마 지원'이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다. 임진택 경희대 입학사정관은 "수시·정시를 통합하면 수험생이 원서를 쓸 때 수능 최저학력 기준을 만족하는 곳에만 지원할 수 있다"며 "지금처럼 한 대학 수시 논술전형에 전국 수험생의 15%가 몰리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했다. 교육부는 수시·정시를 통합하면 현재 9번인 최대 지원 횟수(수시 6곳, 정시 3곳)를 6회 정도로 줄이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조효완 광운대 입학사정관실장은 "지원 횟수가 줄어들더라도 찔러보기식 지원이 줄어들면서 학생 선택권을 크게 제한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현 전 서울경인지역입학처장협의회장은 지난 2월 '제2차 대입포럼'에서 '수시·정시' 통합 아이디어를 공개하면서, 대학이 정시에서 학생부 100%, 수능 100%, 학생부·수능 조합 등 여러 방식으로 학생을 뽑으면 된다고 말했다.

다만 수시·정시 통합 이후 학생부와 수능 성적을 모두 반영하는 전형이 도입되면 학습 부담이 더 늘어날 것이라는 우려도 있었다. 이규민 연세대 교수(교육학과)는 "수시로 대학에 진학할 학생도 일단 모두 수능을 치러야 하니 학습 부담이 늘고 사교육도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 조사에 참여한 입시 전문가 15명

김현 전 서울경인지역입학처장협의회장, 조효완 광운대 입학사정관실장, 임진택 경희대 수석입학사정관, 이규민 연세대 교수, 안선회 중부대 교수, 이재하 전국진학지도협의회장, 신동원 전 휘문고 교장, 안연근 전문대교협 진학지원센터장, 김혜남 문일고 진학부장, 박여진 한영고 진학부장, 최진규 서령고 교사, 안상진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연구소장, 이만기 유웨이중앙 교육평가연구소장, 이영덕 대성학력연구소장, 우연철 진학사 평가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