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중섭 미술상은 곧 한국 미술상의 역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이 상의 권위 때문에 수상자가 느끼는 부담도 만만치 않습니다. 작품에 대한 치열한 고민을 하며 앞으로 더욱 정진하겠습니다."(오원배·이중섭 미술상 9회 수상자)

4일 서울 광화문 조선일보미술관에서 '이중섭 미술상 30년의 발자취―역대 수상 작가'전(展)이 개막했다. 황용엽·권순철·김경인·윤석남·오원배·손장섭·강관욱·강경구·정종미·김차섭·김호득·임송자·석란희·민정기·홍승혜·정경연·오치균·김홍주·김종학·오숙환·안창홍·서용선·강요배·황인기·김을(수상 연도순) 등 미술 각 장르에서 저마다 독보적 경지에 오른 작가 29명이 근작 34점을 냈다. 고(故) 김상유·최경한·이만익·김한 화백의 유작도 걸렸다.

4일 서울 광화문 조선일보미술관에서‘이중섭 미술상 30년의 발자취—역대 수상 작가’전이 개막했다. 왼쪽부터 수상 작가 김종학, 황인기, 정종미, 오숙환, 김기주(김한 아들), 김경인, 오원배, 황용엽, 김차섭, 홍승혜, 김호득, 정경연, 석란희, 김을, 윤석남, 민정기, 안창홍, 강경구.

전시 작품 대부분이 최근 제작된 신작이어서 이 전시회에 대한 작가들의 열정을 보여줬다. 18회 수상자 민정기(79)씨는 개막 이틀 전까지 신작 '삼청동에서 바라본 인왕'을 매만졌다. 오숙환(66·24회 수상자)씨는 전통적인 적묵법(積墨法·먹의 농담을 살려 순차적으로 쌓아가듯이 그리는 기법)을 통해 자연의 시간적, 공간적 부피를 표현한 작품 '여명'을 선보였다. 오씨는 "동양화가가 빛을 보지 못한다고 생각했을 때 이 상을 받았다"며 "동양화를 계속해도 된다고 응원 받은 느낌으로 계속 작업을 해왔다"고 했다.

전시장을 둘러본 1회 수상자 황용엽(88)씨는 "수상자들이 여전히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다는 걸 그림으로 확인할 수 있어 뿌듯하다"며 "그림 한 점 한 점이 개성을 갖고 있다"고 했다.

개막식에서 방상훈 조선일보 사장은 "이중섭 미술상은 지난 30년간 한국 미술계에서 묵묵히 작품 활동에 전념해온 작가들을 발굴해왔다"며 "이 상의 본뜻을 기리고 역대 수상 작가들의 지속적인 작품 활동과 발전상을 확인할 수 있는 자리라 더없이 뜻깊게 다가온다"고 했다.

이중섭 미술상은 이중섭 화백 30주기인 1986년, 구상 시인과 권옥연 화백 등 문화 예술인들이 이 화백의 생애와 예술을 기리자는 뜻을 모으고, 그 뜻을 전해 들은 조선일보사에서 흔쾌히 힘을 보태면서 1988년 제정됐다.

이중섭 미술상 운영위원인 윤진섭 미술평론가는 "어려운 환경 속에서 작업하는 작가들을 발굴하고 육성하는 상이 되길 바란다"며 "앞으로는 미디어아트나 행위예술 분야에서도 수상자가 나오길 기대해본다"고 했다.

개막식에는 박명자 갤러리현대 회장과 역대 수상 작가, 바르토메우 마리 국립현대미술관장, 김홍희 전 서울시립미술관장, 최은주 경기도미술관장, 김문순 조선일보 미디어연구소 이사장 등 문화예술계 인사 150여 명이 참석했다. 전시는 13일까지. (02)724-6328. 관람료 무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