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글바글했다. 19~20일 이틀간 도쿄 라쿠텐 본사에서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주요 기업의 인턴십 프로그램을 소개하는 합동설명회가 열렸다. 일명 '민슈(みん就)포럼'. 모두를 뜻하는 일본말 '민나(みんな)'에 '슈쇼쿠(就職·취직)'의 첫 글자를 붙인 말이다. 올 9월이나 내년 3월 졸업하는 4학년을 대상으로 한 것이 아니다. 2020년 3월에 졸업하는 대학 3학년을 미리 붙잡으려는 설명회였다. 기업이 학생들을 일찌감치 잡으려고 필사적이다.

첫날·이튿날 각각 35개 기업이 좌판을 폈다. 아사히신문, 니혼게이자이신문, 이세탄백화점, 삿포로맥주, 네슬레 같은 쟁쟁한 회사들이 인사 담당 직원들을 내보내 학생들 발길을 붙잡았다. 첫날 1750명이 다녀갔고, 이튿날은 더 붐볐다.

일본은 전통적으로 3학년 때 인턴을 하고 4학년 때 원서를 낸다. 인턴 기회를 얻으려는 학생들의 바람과 인재를 빨리 알아보고 잡으려는 기업들의 바람이 만나 3학년을 겨냥한 인턴십 시장이 달아오르는 중이다. 이 행사뿐 아니다. 라쿠텐 말고 마이나비·리크루트 등 대형 취업 사이트들도 다음 달 1일부터 잇달아 비슷한 인턴십 장터를 열 계획이다.

기업들이 이처럼 '3학년 모시기 경쟁'에 나서는 이유는 '4학년이 동날까봐'다. 일본은 4월에 신학기가 시작되는데 개학한 지 두 달이 채 안 된 5월 현재, 내년 3월 졸업 예정자 40%가 이미 취업이 결정된 상황이다. 여름방학, 겨울방학을 거치며 나머지 학생 절대다수도 일자리를 찾을 전망이다. 올해 3월 졸업생들도 취업을 희망한 학생 중 98.0%가 같은 방식으로 취업에 성공했다.

원인은 젊은이 감소와 경제 회복이다. 1970년대 초반에 태어난 2차 베이비붐 세대는 한 해 출생자가 200만명에 육박했다. 지금 대학 졸업하는 1990년대 후반생들은 동갑내기 머릿수가 120만명에 턱걸이한다. 일할 사람은 줄었는데, 일본 기업은 장기불황을 떨치고 약진 중이라 '골라서 가는 취업시장'이 형성됐다. 거기서 나오는 사회현상이 일명 '오와하라'와 '3학년 모시기 경쟁'이다.

'오와하라'는 학생들이 여러 곳 붙어놓고 골라서 가니까, 기업이 학생들에게 "우리 회사 붙었으니 구직활동 끝내라"고 전화와 메일로 끈질기게 보채는 걸 뜻한다. '끝내라'는 일본말(終わる·오와루)에 '괴롭힌다(harass)'는 영어단어 앞부분을 붙인 신조어다. 아베노믹스가 본격적으로 효과를 내기 시작한 2015년 무렵부터 사회문제로 등장했다. 일본 인터넷에는 취업준비생들이 만든 '오와하라 기업 리스트'가 수두룩하게 떠 있다. "여기저기 붙어놓고 제일 좋은 데 가는 게 구직자의 권리인데 왜 못살게 구느냐. 이런 회사는 피하자"는 취지다.

'3학년 모시기 경쟁'은 기업들이 3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다양한 인턴십을 제공해 일찌감치 입도선매하려는 현상이다. 4학년 시작한 뒤 우수한 학생들을 붙잡으려면 너무 경쟁이 치열하단 이유다.

요미우리신문은 20일 "취업 경쟁이 지나치게 빨라지고 있다"고 비판했다. 기업이 '채용 경쟁' 벌이는 사정은 알겠는데, 3학년까지 눈독 들이는 건 과하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