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미·북 정상회담 취소 가능성을 내비친 데 대해 트럼프 미 대통령이 분노와 당혹감을 나타내고 있다는 미국 측 보도가 잇따르고 있다. 뉴욕타임스와 워싱턴포스트를 비롯한 미 유력지들은,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9일(미국 시각) 문재인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북한이 최근 보이는 강성 기조가 문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전한 긍정적이고 건설적인 분위기와 왜 차이가 나는지를 물었다고 전했다. 22일 한·미 정상회담에서 직접 만나서 물을 수 있는데도 그 며칠을 기다릴 수 없을 정도로 트럼프 대통령이 매우 불쾌해하고 있다는 것이다.
정의용 국가안보실장과 서훈 국정원장을 비롯한 우리 특사단이 지난 3월 5일 김정은 북한 정무위원장을 만나고 나서 "김정은의 비핵화 의지를 확인했다"고 했고 4월 27일 남북 정상회담 후 청와대는 김정은이 "미국이 체제 보장을 해주면 우리가 왜 어렵게 핵을 갖고 살겠느냐"고 말했다고 공개했다. 두 번이나 평양을 방문해 김정은을 직접 만난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기존의 '완전한 비핵화'보다 더 강력한 '완전하고 영원한 비핵화' 기준을 내걸었고 존 볼턴 안보 보좌관은 북한의 모든 핵을 미국 핵 무덤에 가져오겠다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북 정상회담이 "위대한 성공(great success)을 거둘 것"이라고 예고하며 불과 몇 달 전까지 미치광이라고 불렀던 김정은에 대해 "고귀하다(honorable)"고 극찬하기도 했다.
북한 측과 물밑 접촉을 하고 있을 한·미 양국 관계자의 이런 반응을 보면서 북한이 지난 25년간의 핵협상 과정과는 달리 진정성 있는 비핵화 의지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짐작했다. 이럴 정도면 핵 폐기와 그 대가의 교환 방식에 대한 합의가 큰 틀에서 이뤄졌다고 보는 것이 상식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미·북 정상회담이 3주 앞으로 다가온 시점에서 북한이 "일방적인 핵 폐기는 할 수 없다"며 선(先)핵폐기 후(後)보상이라는 미국 측 핵심 요구에 대한 거부 입장을 밝히고 나섰다. 미·북 정상회담이 열리고 성공해서 한반도가 비핵화를 통한 번영의 길로 들어설 것이라고 믿었던 국민들은 어리둥절하기만 하다. 오늘 열릴 한·미 정상회담이 국민들의 이런 혼란에 답해 줘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