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으로부터 유학·취업 비자를 받기 위해선 일정액 이상 통장 잔액을 증명해야 한다. 불법 체류를 막기 위해 한국 내 자산을 파악하는 것이다. 비자를 받고 싶은데 통장 잔액이 부족한 사람들을 겨냥해 돈을 잠깐 빌려주고 거액을 뜯어내는 대부업체들이 성행한다.

지난달 20일 밤 11시 직장인 김모(51)씨는 서울 교대역 인근 한 대부업체 사무실을 찾았다. 딸의 유학 비자 재발급을 위해 급하게 통장 잔액 증명서를 만들기 위해서였다. 대부업체는 김씨 통장에 압류가 걸려 있는지 조회한 후 그 자리에서 5000만원을 김씨 통장으로 보냈다. 그리고 날짜가 바뀐 밤 12시 1분 곧바로 돈을 다시 빼갔다. 통장 잔액은 전날 기준이기 때문에 김씨는 21일 비자 발급에 필요한 잔액 증명서를 뗄 수 있었다. 그렇게 11분 동안 5000만원을 빌린 대가로 김씨는 대부업체에 100만원을 지불했다. 100만원을 하루치 이자로 계산해도 연이율 730%의 폭리였다.

인터넷에 '유학 비자 잔고 증명' '법인 잔고 증명 대출' 등을 검색하면 이런 대부업체 수십 곳이 나온다. 잔액 증명 단기 대출은 대부업체 사무실에서, 밤 12시 전후로 10~30분 정도 걸려 이뤄진다. 돈을 빌린 사람이 도망가지 못하도록 대부업체들이 자신들이 보는 앞에서, 최단 시간에 송금과 회수를 하는 것이다.

대부업체들은 이렇게 받는 돈을 이자가 아닌 수수료라고 부른다. 한 대부업체 관계자는 "통장 잔액 증명서 발급에 필요한 업무를 대행해 주고 받는 것이지, 절대 이자가 아니다"고 했다. 이자라고 하면 법정 한도 이자율을 넘은 불법이 되기 때문이다. 대부업체들이 빌려주는 돈을 이자로 환산하면 대략 600~800% 정도 된다. 현재 대부업법상 최고 금리는 연 24%이다.

실제 각 업체들은 정식 대부업 사업자로 등록된 곳이라며 등록번호와 '대부이자율 연 24%를 지킨다'고 공지하고 있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대부업체에서 돈을 빌려준 뒤 '수수료' '대행료' 등으로 부르는 돈도 이자에 해당되기 때문에, 모두 불법 대출"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