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 휴양지인 센토사섬이 유력한 미·북 정상회담 개최 장소로 거론되고 있다. 센토사는 말레이시아어로 ‘평화와 고요함’을 뜻한다.

블룸버그 등 외신은 싱가포르 남쪽 끝에 있는 인공섬, 센토사섬의 카펠라 호텔이 미·북 정상회담 장소로 검토됐다고 3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지난 2일 이 호텔에서 대형 행사에 필요한 천막과 시설 등을 설치하고 있는 인부들이 목격됐다.

싱가포르 센토사섬 전경

센토사섬은 싱가포르 본섬에서 남쪽으로 약 800m 떨어져 있는 섬이다. 크기는 동서 4㎞, 남북으로 1.6㎞로, 싱가포르 63개 섬 중 네번째로 큰 섬이다. 센토사섬은 본래 ‘죽음 뒤에 있는 섬(island behind the dead)’이라고 불렸다. 섬을 은신처로 삼은 해적들이 살인을 일삼은 곳이기 때문이라는 설도 있고, 섬에 전염병이 돌아 원주민들이 모두 죽었기 때문이라는 추측도 있다.

센토사섬은 1880년대 영국군 주둔지였다. 센토사섬에 있는 실로소 요새는 영국군이 싱가포르항에 출입하는 배들을 감시하기 위해 세워졌다고 추정된다. 이 요새는 제 2차 세계대전이 발발하고 일본이 싱가포르를 점령한 뒤 일본군의 포로수용소로 사용되기도 했다.

싱가포르 정부는 1967년 센토사섬을 돌려받았다. 이후 1970년 싱가포르의 관광 산업 증진을 위해 센토사섬을 관광 휴양지로 조성하는 대규모 개발을 시작했다. ‘센토사’라는 이름도 당시 지어졌다. 그러나 1990년대 관광지로 새롭게 문을 연 센토사에 대한 반응은 차가웠다. 대부분 시설의 규모가 작고, 가격이 너무 비쌌기 때문이다.

2000년대 들어 싱가포르 정부는 센토사를 재정비하기 시작했다. 이후 센토사섬의 교통 수단이 개선되고, 유니버셜스튜디오와 세계에서 가장 큰 해양수족관 등의 새로운 관광지가 세워지면서 센토사는 싱가포르 내 인기 휴양지로 자리매김했다.

센토사섬 열대 우림 지역에 있는 카펠라 호텔은 조 헤이긴 백악관 부비서실장과 미국 실무협상단이 머물렀던 호텔로, 근처에는 골프장도 있다. 특히 호텔이 섬에 있어 외부와 차단되고 보안이 용이하다는 점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센토사섬은 싱가포르 본섬과 연결된 다리와 모노레일, 케이블카만 차단하면 외부 접근을 막을 수 있다. 현재 카펠라 호텔은 미·북 정상회담이 예정된 6월 12일을 전후로 일주일 간 객실이나 식당 예약을 받지 않고 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그러나 교도통신은 미·북 정상회담 계획에 정통한 소식통을 인용해 “북한은 센토사섬을 회담 개최지로 결정하는 제안에 아직 답변을 하지 않은 상태”라며 “정상회담과 관련한 협상은 여전히 유동적”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소식통은 “답변이 늦어지는 것은 양측 간 의사소통에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일 수 있다”며 “미국이 회담 장소를 결정하면 북한은 그 장소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개인적인 선호에 충족됐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소식통은 또 김 위원장이 국제 브랜드의 호텔을 선호하지 않으며, 싱가포르 현지 호텔에 묵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현재 김 위원장의 숙소로는 중국과 사업적으로 연관된 싱가포르인이 운영하는 풀러턴 호텔이 거론되고 있다.

외신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싱가포르 샹그릴라 호텔에 머무를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샹그릴라 호텔은 중국과 대만의 첫 정상 회담, 아시아안보회의(샹그릴라 대화) 등을 개최한 경험이 있는 곳으로, 최근까지 정상회담이 개최될 유력 후보지로 언급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