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북 정상회담 하루 뒤인 13일 회담이 진행됐던 싱가포르 센토사섬 카펠라 호텔은 여전히 외부인의 출입을 통제하고 있었다.
회담 전 설치했던 폴리스 라인과 차량 검색대는 모두 철거됐지만 호텔 직원들이 정문에서 룸키나 호텔 예약증 등을 갖고 있는 사람들만 입장을 허용했다.
택시에 탑승한 채 기자가 정문안으로 들어가자 카펠라 호텔 직원은 기자에게 ‘숙박객이냐’고 물었다. 기자가 ‘회담 다음날 모습을 취재하러 왔다’고 말하자 호텔 직원은 ‘취재는 불가하다. 돌아가달라’고 했다.
기자가 ‘알겠다. 돌아가겠다. 택시에서 내려 걸어서 나가겠다’고 하자, 호텔 직원은 ‘택시에서 내리지 말고 그대로 차를 돌려서 나가라’고 했다. 택시가 유턴을 하는 동안 카트에 타고 있던 다른 호텔 직원은 호텔 내부로 들어갈 수 있는 길을 막아 섰다.
카펠라 호텔 정문 앞에는 외신 기자로 추정되는 사람들과 관광객들이 호텔을 배경으로 기념 사진을 찍기도 했으나 소나기가 내리면서 사람들이 흩어졌다.
현지 관계자는 “호텔 숙박객이 아니더라도 카페나 식당 등을 이용할 수 있기 때문에 외부인의 출입을 통제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면서 “전날 정상회담을 진행하면서 경호를 강화했기 때문에, 아직 직원들이 긴장된 상태를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회담 당일까지 카펠라 호텔 뒷편 팔라완 해변 앞에 정박해 있던 싱가포르 해군 소속으로 추정됐던 군함도 이날 보이지 않았다. 정상회담이 끝난만큼 군함도 철수한 것으로 보인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비롯한 북측 대표단이 머물렀던 세인트 레지스 호텔은 이날 외부인의 출입이 자유롭게 허용됐다. 호텔 정문에 설치됐던 금속탐지기는 철거됐고, 호텔 안쪽을 들여다볼 수 없게 쳤던 가림막도 떼어냈다. 호텔 맞은편에 쳐졌던 바리케이드는 철거 작업이 한창이었다.
한 투숙객은 “어젯밤 김정은이 떠난뒤 뒤따라 호텔을 나서는 북한 수행원들 때문에 새벽까지 로비가 분주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호텔 측은 여전히 호텔 내부의 사진을 촬영하는 문제에 대해서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호텔 직원들은 호텔 내부를 찍는 일부 관광객들에게 다가가 “사진을 찍을 수 없다”고 제지하기도 했다. 호텔 관계자는 “회담 이후 호텔 정리 작업이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했다.
세인트 레지스 호텔은 이날 북측 대표단이 묵었던 17~20층 객실의 예약을 받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