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保守) 야당의 6·13 지방선거 완패에 대해 정치권은 '6·13 쇼크'라고 불렀다. 그만큼 충격적 패배였다는 얘기다. 그러나 정작 유권자들 사이에서는 "예정된 결과였는데 야당 정치인들만 몰랐다"는 말이 나왔다.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은 현재 책임, 비전, 인물, 전략이 없는 '4무(無)' 상태다. 대통령 탄핵과 대선 패배를 거치면서도 보수 정당이 책임지는 모습을 안 보였고, 한반도 정세가 급변하는 가운데 새로운 담론을 내놓지 못했다.
경기도에 사는 자영업자 박형기씨는 "지난 선거 때 박근혜 대통령을 팔아 시장, 국회의원이 된 사람들이 입 싹 닦고 이번에 '보수를 개혁하겠다'고 나선 것을 보면서 실망했다"고 말했다. 김형오 전 국회의장은 "2016년 총선 이후 탄핵, 대선을 거치며 보수 정당이 계속 실패했는데도 서로를 탓할 뿐 '나 때문에 보수 정당이 이렇게 망했다'는 생각을 하는 사람이 없으니 이러다 '정당 소멸론'까지 나오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남·북·미 관계가 급변하는데도 보수 야당이 '가짜 대화에 반대한다'는 메시지만 반복한 것은 문제라는 지적도 있다. 대학생 정기원씨는 "미국까지 대화에 나선 마당에 한국당이 대화나 평화체제 논의에 반대만 하는 것을 보면서 변화를 못 읽는다는 느낌이 들었다"고 말했다.
정치권에서는 2017년 대통령 탄핵 이후 보수 유권자들이 탄핵 찬반(贊反)으로 나뉘고, 평창올림픽 이후 시작된 대북 대화에 대해 또다시 찬반으로 쪼개졌는데도 보수 정당이 이에 대응하지 못했다는 평가가 많다. 이번 선거에서도 한국당과 바른미래당으로 분열된 구도가 보수 유권자들의 표심을 분산시키는 원인이 됐다.
보수 지도부나 후보에게 실망했다는 유권자들도 많았다. 직장인 장홍식씨는 "한국당에 투표하긴 했지만, 그 당에서 벌어지는 이전투구(泥田鬪狗)와 막말을 보면서 투표하면서도 '사표(死票)가 될 것 같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보수 정당에 젊은 유권자의 지지를 확보하려는 전략이 아예 없다는 혹평도 있었다. 대전에 거주하는 30대 공무원 정모씨는 "젊은 사람 중에도 북핵 이슈에 민감하고 일방적인 친(親)노동 정책에 비판적인 사람이 많은데도 한국당은 이런 사람들을 전혀 끌어들이지 못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중소기업을 운영하는 정현수씨는 "기업인들이 모이면 정부가 원전 철회, 주 52시간 도입, 최저임금 인상, 교육 정책 등에서 수차례 아마추어적인 모습을 보이는데도 한국당이 예리하게 대응하지 못한다는 이야기를 많이 한다"고 했다.
서울대 강원택 교수는 "지금 보수 정당은 절박한 마음으로 외부에서 새로운 리더와 인재를 영입하고, 폐쇄적인 당의 체질을 개선하지 않으면 다음 총선에도 희망이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