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이 미국 캘리포니아주 쿠퍼티노에 있는 신사옥 근무자 1만2000여명 전원에게 '스탠딩 데스크'를 지급했다. 직원들이 서서 일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팀 쿡〈사진〉 애플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자산 운용사 칼라일그룹의 데이비드 루벤스타인 회장이 진행하는 경제 방송 블룸버그의 대담 프로그램에 출연해 직원 모두에게 스탠딩 데스크를 제공한 사실을 밝혔다고 비즈니스 인사이더가 15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쿡은 이 대담 프로에서 앉아서만 일하는 근무 습관의 단점을 연구해온 의사들을 인용하면서 "앉아서 일하는 건 새로운 암이나 다름없다"고까지 말했다. 그러면서 "스탠딩 데스크 지급으로 직원들은 얼마 동안 서서 일하다가 앉아서 시간을 좀 보내고 또다시 서서 업무를 처리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쿡은 2015년 2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골드만삭스 기술 및 인터넷 콘퍼런스에서도 "앉아서 장시간 움직이지 않는 것은 새로운 형태의 암(sitting is the new cancer)"이라고 표현했다. 그는 움직이지 않는 습관을 고혈압, 흡연, 고혈당에 이은 건강을 해치는 네 번째 위험 요인으로 꼽은 세계보건기구(WHO)의 조사 자료를 인용하기도 했다. 쿡은 그러면서 당시 신제품인 애플워치를 사용하는 많은 애플 직원이 매시간 정각 10분 전 애플워치 프로그램의 안내로 자리에서 일어나 스트레칭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애플 직원들이 사용하게 될 스탠딩 데스크가 어떤 모델인지 관심이 집중됐지만 구체적인 사항은 공개되지 않았다. 쿡은 "버튼 조작으로 높이가 높아졌다 낮아졌다 하는 제품"이라고만 했다. 미국 언론들은 이번 일을 계기로 2010년대 초부터 유행해온 서서 일하기에 대해 또 한 번 관심이 생길 것으로 전망했다.
장시간 앉아서 일하는 것이 열량 소모량을 줄여 비만을 유발하고 당뇨병, 심혈관 질환 발병 위험을 높인다는 연구 결과는 꾸준히 나왔다. 폭스뉴스는 15일 레녹스힐병원의 로버트 글래터 박사의 연구 결과를 인용해 "미국인은 보통 하루에 9~10시간을 앉아 있는데 이렇게 되면 독소가 몸에 쌓이기 시작하고 신진대사를 방해한다"며 "바른 자세로 앉고 매시간 대여섯 번 자리에서 일어나는 게 좋다"고 했다.
또 2016년 제약업계가 장시간 착석 근무는 심혈관 질환 사망 위험을 18% 높인다는 연구 결과를 내놨다며 애플의 '서서 일하기'가 확산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나 서서 일하기의 단점을 경고하는 연구 결과도 많다. 지난 2월 워싱턴포스트(WP)는 호주 큐틴대학 레온 스트레이커 교수팀이 국제 학술지 '인체공학'(Ergonomics)에 발표한 논문을 인용해 "서서 일하는 것이 종아리를 잘 붓게 만들고 척추와 골반 움직임에도 변화를 일으킬 수 있다"고 보도했다. 또 2시간 동안 서서 일한 사람은 앉아서 일한 사람과 비교해 '지속적 집중 반응 속도'는 크게 떨어졌다고 했다. 신체적 불편함이 정신적 집중력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는 뜻이다.
또 캐나다 온타리오대학팀은 12년 동안 7000여명을 조사한 결과, 장시간 서서 일하는 직업군이 심혈관 질환 등 질병에 걸릴 위험이 흡연자나 비만자보다 높다는 연구 결과를 최근 발표하기도 했다.
서서 일하기 열풍이 과학적 증거보다는 비싼 가구 마케팅 등 상업적 이유에서 더 크게 부추겨지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