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측 6번과 7번 사이 목디스크가 튀어나온 환자를 치료하는 문동언(오른쪽) 대표원장(문동언마취통증의학과). 영상장치를 보면서 목표 지점에 특수 카테터를 정확히 겨눈 뒤 조영제와 치료 약제를 주입하고 있다.

김신이(42)씨는 오른쪽 날개 뼈 안쪽의 극심한 통증으로 병원을 찾았다. 온종일 컴퓨터 업무를 하다 보면 뒷목이 뻐근하기는 했지만, 이렇게 심한 고통을 겪기는 처음이었다. 목을 조금이라도 움직이면 통증이 어깨까지 뻗쳐 자기도 모르게 비명을 질렀다. 경추 추간판탈출증(목디스크)가 의심돼 자기공명영상(MRI)을 촬영한 결과, 경추 5번과 6번 사이 디스크가 튀어나와 오른쪽 6번 경추신경을 심하게 누르는 상태였다. 평소 날개 뼈 사이의 등 통증으로 '근막통증' 진단을 받아 약물치료를 받고 있었음에도 병이 깊어진 경우다. 잘못된 진단과 적절하지 않은 치료로 목디스크가 악화한 것이다.

문제는 다수 목디스크 환자가 김씨처럼 잘못된 진단을 받고 엉뚱한 치료를 하고 있다는 점이다. 문동언마취통증의학과의 문동언 대표원장(전 서울성모병원 마취통증의학과 교수)은 "다수 목디스크 환자가 단순 근육통이라는 잘못된 진단을 받거나 일시적 통증이라고 여겨 마사지를 받는 바람에 상태가 나빠지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날개 뼈 사이의 등 통증… '목디스크' 가능성 커

머리를 조금만 앞으로 기울여도 목은 똑바로 있을 때보다 5배 이상 하중을 받는다. 오랜 시간 잘못된 자세로 앉아 사무를 보면, 근육이 경직되고 척추에 피로가 쌓인다. 사람들은 업무에 집중하다 보면 목을 점점 더 앞으로 구부리는 경향이 있다. 이 상태가 계속되면 '거북목'으로 변형된다. 목 형태가 변하면 주변 근육이 틀어져 신경을 압박하고 어깨 및 목 결림, 팔 저림이 나타날 수 있다. 목디스크의 초기 증상이다.

목디스크 발병 초기에는 날개 뼈 안쪽 등에 통증이 시작된다. 좀 더 진행되면 목을 뒤로 젖힐 때 어깨와 등에 심하게 아프고 팔이나 손도 저리다. 배에 힘을 주거나 기침을 하면 증상이 더 심해지기도 한다. 문 원장은 "근막통증으로 여러 치료를 받았으나 차도가 없으면 목 디스크를 의심하고 전문가 진단을 받을 필요가 있다"며 "목디스크가 척수를 눌러 다리에 힘이 빠지거나 사지 마비가 올 수 있으므로 조기에 정확한 진단과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했다.

◇'신경성형술'로 수술 피할 수 있다

목디스크로 판명되면 자세 교정과 약물·운동 치료를 시작해야 한다. 이 단계에서 효과를 보지 못하면 비(非)수술 치료를 고려해야 한다. 목디스크의 비수술 치료에는 신경주사 치료(신경차단술)·신경성형술·고주파 수핵 감압술 등이 있다. 신경주사 치료는 특수 영상 장치를 보면서 신경이 지나가는 통로인 경막외강에 국소마취제와 스테로이드를 주입하는 방식이다. 신경 부종을 줄이고 신경 주위의 혈액 순환을 도와 신경 기능을 회복하도록 돕는다. 이 치료는 초기 디스크 탈출증이나 협착증에 적합하다.

하지만 디스크 탈출이 여러 부위에서 발생하거나 협착이 심하면 신경주사로 정확한 부위에 약제를 흘려보내기 어렵다. 이 경우 신경성형술을 활용한다. '경막외 유착박리술'이라고도 불리는 신경성형술은 특수 카테터(플라스틱 관)를 통해 영상 장치를 보면서 염증이 생긴 신경에 국소마취제·스테로이드·유착박리제를 투여한 뒤 고농도 식염수를 2회 투여하는 방법이다. 한 번에 여러 신경을 치료할 수 있어 안전하고 효율적이다. 문 원장이 국제적 학술지 페인피지션에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경막외 신경주사를 맞아도 효과를 보지 못한 환자 169명에게 신경성형술을 실시한 결과, 3~12개월 사이에 통증이 완화됐다. 신경성형술을 받은 지 3개월이 지난 뒤 109명이, 6개월 뒤 96명이, 1년 뒤 89명이 통증 완화 효과를 봤다. 당초 수술 권유를 받았던 환자 46명의 경우 3개월 후 26명, 6개월 후 21명, 1년 뒤 20명이 통증 완화 효과가 있었다고 답했다. 이 중 3명만 수술을 받았다. 문 원장은 "수술을 권유받은 환자 중 다수가 신경성형술로 건강을 일정 수준으로 회복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탈출된 디스크가 큰 경우, 튀어나온 디스크가 신경과 주변 조직에 반복적으로 염증을 만들기 때문에 고주파수핵감압술로 탈출된 디스크 크기를 줄여야 재발률이 낮다. 고주파수핵감압술은 직경 1㎜의 특수 바늘을 탈출된 디스크에 삽입한 다음, 바늘 끝에 고주파 플라스마 열을 전달해 튀어나온 디스크 크기를 줄여 신경 압박을 완화한다. 스테로이드는 주입하지 않고 통증의 근본 원인을 치료하는 방식이다. 신경성형술과 달리 피부를 절개할 필요가 없어 시술 다음 날부터 일상생활이 가능하다. 2~3개월 후면 탈출된 디스크가 작아진다. 탈출된 디스크가 크고 신경뿌리 유착이 심하면, 애초에 고주파수핵감압술과 신경성형술을 동시에 시행하는 편이 낫다.

신경성형술과 고주파수핵감압술을 시행할 때 카테터나 바늘을 삽입하는 위치는 환자 척추 상태에 따라 달라진다. 따라서 시술자가 신경 해부학적 지식과 치료 경험을 충분히 갖춰야 효과를 높일 수 있다. 문 원장은 "문제를 일으키는 신경을 정확히 겨냥해 시술하면 통증이 호전되지만, 정확하지 않으면 효율이 떨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