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오는 11일 열리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정상회의를 앞두고 나토 동맹국 정상들에게 방위비 분담금 증액을 요구하는 서한을 보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2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뿐 아니라 샤를 미셸 벨기에 총리, 에르나 솔베르그 노르웨이 총리에게까지 편지를 보낸 것이 확인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G7(주요 7개국) 정상회의에서 무역 문제로 동맹국 정상들에게 강한 불만을 표시하며 의례적인 공동성명 승인을 취소해 파문을 일으켰다. 분담금 증액을 노골적으로 요구하는 서한을 보낸 것을 감안하면 이번 나토 정상회의에서도 일대 분란이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고 NYT는 전망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특히 메르켈 독일 총리에게 보낸 서한에서 큰 불만을 터트렸다. NYT가 입수한 서한에 따르면 트럼프는 "지난 4월 당신이 (워싱턴을) 방문했을 때 우리가 논의했던 것처럼 미국에서는 일부 (나토) 동맹국들이 약속을 지키지 않은 데 대한 당혹감이 점증하고 있다"며 "독일이 계속 분담금을 적게 내는 것은 동맹의 안보를 저해하고, 다른 동맹국들까지 방위비 약속을 지키지 않는 빌미가 되고 있다"고 했다. 그는 또 "미국 군인들은 해외에서 계속해서 생명을 희생하고 중상을 입고 귀국하는데도, 왜 일부 (나토) 회원국들은 공동 방위비 부담을 나눠 지지 않고 있는지에 대해 미국 시민들에게 설명하기가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고 했다.
트뤼도 총리와 솔베르그 총리에게 보낸 편지에선 "국방 예산 증액을 반대하는 (정치적) 적들에 의한 정치적 압력을 이해한다"면서도 "나는 우리의 국방비를 늘리기 위한 정치적 비용을 상당히 치렀다"고 했다. 그러면서 동맹국들이 자국 방위를 위해 돈을 더 많이 쓰지 않는다면 미국은 전 세계 방위 시스템을 조정하겠다고 위협한 것으로 전해졌다.
트럼프의 논리는 나토 회원국들의 2014년 합의에 근거하고 있다. 러시아가 크림반도를 강제 병합한 직후 나토 회원국들은 방위비를 각국 국내총생산(GDP)의 2% 이상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것에 합의했다.
하지만 29개 회원국 중 이를 달성했거나 근접한 나라는 미국·영국·폴란드 등 8개국에 불과하다. 외교 전문지 포린폴리시는 유럽에서 가장 경제력이 큰 독일의 방위비가 GDP의 1.2% 수준에 머물고 있다고 지적했다.
나토 회원국들이 '안보 무임승차'를 하고 있다는 트럼프의 비난이 터무니없는 건 아닌 셈이다. 버락 오바마 전 행정부 때에도 미국은 나토 회원국들에 방위비 부담액을 늘리라고 강하게 요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