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군포시청 옆 공원에는 거대한 상자 모양의 콘크리트 건물이 25년째 방치되고 있었다. 관리자가 없는 건물은 음산한 분위기를 내뿜었다. 운동이나 산책을 하려고 공원을 찾은 시민들은 잿빛 건물을 보고 발길을 돌렸다.
문제의 건물은 금정동 884-1번지에 있는 군포 배수지다. 1993년부터 폐쇄됐다. 군포의 애물단지였던 이곳은 2년 후 시민들이 책을 읽고 독서와 교육문화체험을 할 수 있는 그림책박물관공원으로 다시 태어난다. 군포시는 예산 140억원을 들여 책문화를 즐길 수 있는 공간으로 바꿀 계획이다. 2020년 8월 완공이 목표다. 예산 140억원이 들어간다.
그림책박물관공원(3215㎡)은 '물을 비우고 빛을 채우다'라는 주제를 담아 설계됐다. 폐쇄된 배수지를 새롭게 살린다는 뜻이다. 지난 5월 건축설계공모 당선작은 기존 지하 배수지의 공간을 그대로 활용하도록 설계됐다. 도서관처럼 그림책 열람실을 갖추고 그림책 전시와 낭독을 위한 공간이 마련된다. 관련 수업을 위한 강의실도 들어선다.
특히 작가들의 창작 활동을 도울 공동작업실과 공방도 생긴다. 지하배수지 위층은 시민 공원이 만들어진다. 시민공원에서는 앞으로 책 축제 같은 관련 문화행사를 한다는 계획이다.
군포시는 그림책박물관공원에 앞서 또 다른 폐건물을 복합문화공간으로 바꿨다. 지난 5월에 문을 연 군포 책마을이다. 이곳은 2015년 문 닫은 영어마을을 다시 꾸며 새로 개장했다. 영어마을은 2000년대 초 전국적으로 유행처럼 곳곳에 들어서던 교육 마을이다. 당시 군포시도 수백억원을 들여 5개 건물(1만517.65㎡)을 짓고 야심 차게 운영했다. 유행이 사그라지며 경영난으로 결국 문을 닫았다. 시는 이를 리모델링해 책과 관련 복합 문화공간으로 바꿨다. 전시실, 카페, 도서관, 평생교육관은 물론 게스트하우스, 작가의 창작 공간 등을 갖췄다.
앞으로 책마을에서는 헌책을 교환하거나 사고팔 수 있는 헌책방 거리를 운영할 계획이다. 마을 전체가 하나의 헌책방으로 꾸며져 관광 명소로 자리 잡은 영국 웨일스의 작은 도시 헤이온와이를 벤치마킹한 것이다. 군포시 관계자는 "기존 폐건물 활용은 최근 사회적으로 유행된 도시재생 측면과도 일치한다"며 "책을 통해 시민이 편안함을 느낄 수 있는 다양한 정책을 지속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