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호관찰관 출신 강호성 법무부 범죄예방정책국장
'국내 1호 전자발찌 박사'... "무용론은 안타까워"
전자발찌, 재범률·범죄비용 8분의 1로 감소 효과`
"직장·가정 회복 도와 사회 일원으로 복귀시킬 것"
전자발찌 무용론(無用論). 전자발찌 착용자의 재범(再犯) 소식이 알려지면 국민은 “전자발찌가 도대체 무슨 소용이 있느냐”고 분개한다. 전자발찌를 차고도 범죄를 저지른다면 불안해서 어떻게 사느냐는 것이다. 전자발찌 도입, 올해로 10년 째이지만 ‘효용 논란’은 여전하다. 전자발찌 제도는 범죄 방지에 얼마나 도움이 되고 있는 것일까.
강호성 법무부 범죄예방정책국장은 “전자발찌가 만능은 아니지만 효과는 뚜렷하다”고 했다. 강 국장은 지난 4월 ‘보호관찰관’으로서는 처음으로 범죄예방정책국장에 임명됐다. 전자발찌의 개발부터 도입, 관리까지 모든 과정에 참여한 ‘국내 제1호 전자발찌 박사’다. 지난 20일 경기 과천시 정부청사에서 그를 만났다.
―전자발찌 도입 후 '재범률'이 낮아지기는 했나.
"재범률은 8분의 1 수준으로 줄었다. 전자발찌가 도입된 2008년 9월 이전에는 연평균 14.1% 수준이었는데, 최근에는 2% 밑으로 떨어졌다. 최선책은 아니어도 차선책은 된다는 이야기다.
전자발찌로 비용도 많이 절감했다. 성범죄자의 범죄로 인한 사회적 비용은 1인당 평균 2억원이다. 성폭력 사범 전자발찌 착용자 2400명의 재범률이 14% 수준(381명)이라고 가정하면 연간 672억원의 범죄 비용(검거·수사·구금·재판 비용)이 발생한다. 전자발찌는 인건비를 포함해 100억원 안팎이면 된다. 100억원으로 재범률도, 범죄비용도 8분의 1로 떨어뜨리는 셈이다."
―단 1%라도 국민들은 재범 자체를 두려워한다.
"전자발찌(전자감독)는 범죄자가 형량을 마치고 사회로 복귀했지만 재범 위험성이 있으면 보호관찰 하는 제도다. 범죄자가 교도소에서 나오는 순간부터 재범 위험은 늘 있다. 이런 재범률을 점차 줄여나가고자 보호관찰을 하는 것이다. 아무리 재범 억제 효과가 크더라도 전자발찌를 찬 사람에게 성범죄 피해를 입으면 제도를 원망하게 되는 것도 잘 안다. 그래서 '0% 도달'을 위해 여러 방안을 적용해보고 있다."
―재범률 제로(0)를 위한 방안은 무엇인가.
"'범죄자를 어떻게 관리하느냐'가 재범률을 좌우한다. 범죄자 중에는 정신질환자도 많다. 이런 사람들에게는 관리·감독뿐 아니라 약물·심리치료도 병행한다. 몇 년 전부터는 전문 인력을 채용해 심리상담도 하고 있다. 충동 범죄를 억제하기 위해서다. 또 착용 기간을 조절해 재범률을 효과적으로 떨어뜨리는 방안도 고민하고 있다."
―착용 기간을 줄이면 오히려 재범률이 높아지지 않나.
"꼭 그렇지만은 않다. 전자발찌는 최장 30년, 살인·성폭력 등이 합쳐지면 45년까지도 착용할 수 있다. 그러나 장기간 차게 되면 '어차피 계속 차야 하는데…' 하며 자포자기한다. 5~6년 이상 착용하면, 전자발찌에 대한 긴장감이 떨어지는 것이다.
재범자 중 70%가 출소 후 6개월 미만에 재범을 저지른다. 출소한 지 6개월이 지나면 상대적으로 덜 위험하다. 관리감독에 잘 따르는 착용자들은 착용 기간을 줄여주면 더 효과가 있을 것 같다. 지금도 가(假)해제 제도는 있는데 활용은 잘 안 되고 있다. 법원에서도 ‘풀어줬다가 다시 범죄를 저지르면 어떻게 하나’라는 부담감이 있기 때문이다. 최근 10년 사이 가해제 처분으로 전자발찌 착용 기간이 줄어든 사람은 103명, 이 중 재범을 저지른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
―보호관찰은 구체적으로 무엇인가. 일반인들에게 생소하다.
"소설 '장발장' 아시나. 장발장의 '자베르 경감'과 '미리엘 주교'를 섞어 놓은 일이다. 보호관찰관은 범인을 잡는 형사와 약자를 도와주는 사회복지사의 역할을 동시에 한다. 함께 밥도 먹고, 가끔은 목욕탕도 데려간다. 전자발찌 착용자의 위치를 감시하면서 때로는 심리적 압박도 하고, 어르고 달래기도 해서 결국 '올바른 길'로 인도하는 것이다."
―전자발찌가 '범죄자 식별 도구'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있다.
"국민들이 그런 오해를 하곤 한다. 전자발찌의 도입 취지는 전과자를 교화·개선해서 우리 사회의 일원으로 편입시키는 것이다. 절대 범죄자를 식별하기 위한 도구가 아니다. 계속 식별하고 배척하다가는 전자발찌 착용 기간이 끝났을 때 흉악범죄가 발생할 수 밖에 없다. 전자발찌는 스스로 범죄를 억제하게 만드는 게 목적이다."
―전자발찌의 효과를 딱 하나만 꼽는다면.
"범죄를 억제하기 위해선 세 가지가 필요하다. 범죄를 저지르면 반드시 잡힌다는 '확실성', 높은 형량을 받게 된다는 '엄중성', 처벌이 빠르게 이뤄진다는 '신속성'다. 전자발찌는 '확실성'에서 효과가 탁월하다. GPS로 정확한 위치와 이동경로가 찍히니까 착용자가 재범을 저지르면 검거하는 데 오래 걸리지 않는다. 지금까지 못 잡은 재범자는 없다."
―실제로 착용해보니 무겁고 딱딱했다. 너무 불편하면 훼손하고 싶지 않을까.
"자르지 못하도록 안에 철심 등을 넣다 보니 점점 뻣뻣해지고 두꺼워졌다. 배터리가 들어가 무겁고 발목 부분을 짓누르기도 한다. 그래도 우리나라 전자발찌 훼손율은 0.46%에 불과하다. 외국은 2~3%쯤 된다."
―기술적으로 좀 더 개선해야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오는 9월이면 새로운 전자발찌가 나온다. 현재 분리돼 있는 휴대용 위치추적기가 전자발찌 안에 들어간다. 일체화된 것이다. 착용자가 위치추적기를 따로 들고 다녀야 하는 불편함을 없앴다. 실수로 위치추적기와 전자발찌가 떨어져서 관제센터에 경보가 울리는 일이 종종 있는데, 이런 일은 없어질 것 같다."
생체정보를 수집하는 기능을 넣자는 의견도 있었다. 그러나 법적 근거가 없고, 생체정보를 통해 재범률이 떨어졌다는 사례도 없는데 인권침해 요소가 있는 기능을 추진하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범죄자를 보호관찰하는 총 책임자로서 계획이 있나
"전자발찌 착용자들에게 관리감독 기간이 끝나더라도 직장을 알선해 주고, 가족관계를 회복시키는 데 역할을 하고 싶다. 보호관찰관으로 일해보니 감시나 격리보다 치료와 재활이 중요하다는 것을 체감했다. 이들이 안정을 찾는 것이 사회가 안전해지는 길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