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차량 호출 중개 서비스 업체 우버의 사내 성희롱을 폭로해 성폭력을 고발하는 ‘미투(#MeToo·나도 성폭력 당했다)’ 운동을 일으킨 수전 파울러 리게티가 미 언론사 뉴욕타임스(NYT)의 기자로 새 출발한다.

우버에서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로 일하던 파울러 리게티는 2016년 12월 우버를 그만둔 후, 이듬해 2월 자신의 블로그에 우버에서 겪은 성희롱과 성차별을 공개했다. 이를 계기로 실리콘밸리와 할리우드에서 성폭력을 당한 여성들의 폭로가 이어졌고 미국 사회 전체로 ‘미투’ 운동이 퍼졌다.

NYT는 23일(현지 시각) 파울러 리게티가 9월부터 ‘기술 오피니언 에디터 겸 기자’로 근무한다고 밝혔다. NYT 본사는 뉴욕에 있지만 파울러 리게티는 샌프란시스코에서 일하게 된다.

수전 파울러 리게티는 미국 우버에서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로 일하면서 겪은 성희롱 사례를 폭로해 지난해 미국 사회에 ‘미투’ 운동을 일으켰다.

NYT는 “(파울러 리게티가 쓴) 2900 단어짜리 게시글은 하룻밤 사이에 실리콘밸리에 큰 반향을 일으켰고 우버의 최고경영자(CEO)의 몰락뿐 아니라 산업 전반의 진지한 자기반성으로 이어졌다”고 채용 이유를 설명했다.

파울러 리게티는 지난해 2월 자신의 블로그에 ‘우버에서 매우 매우 이상했던 해를 돌아보며’란 제목의 글을 올렸다. 그는 2015년 11월 우버에 취직한 이후 상사가 사내 메신저를 통해 성관계를 갖자고 제안한 일 등 자신이 겪은 성희롱과 성차별 사례를 구체적으로 공개했다. 그는 이런 일을 겪을 때마다 인사팀과 상부에 신고했지만, 회사가 이를 무시하고 오히려 피해자인 자신이 부당한 대우를 받았다고 주장했다.

우버가 실리콘밸리에서 가장 주목받는 스타트업(창업 초기 기업)이었던 만큼, 그의 폭로는 IT(정보기술) 업계와 언론의 큰 관심을 끌었다. 우버는 내부 조사를 벌여 성추행과 성차별, 부적절한 행위 등과 관련된 215건을 검토했고 직원 20여 명을 해고했다. 우버 창업자이자 CEO인 트래비스 캘러닉도 CEO직에서 물러났다.

이 사건을 계기로 사회 전체로 미투가 확산됐다. 배우 알리사 밀라노가 지난해 10월 성폭력 피해 경험을 고백하며 트위터에 ‘미투’ 표현을 쓴 후 소셜미디어에서 ‘미투’ 고백이 급속도로 퍼졌다.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은 2017년 ‘올해의 인물’로 여성이 겪는 성폭력 실태를 알린 ‘침묵을 깬 사람들’을 선정했다. 우버의 성희롱 실태를 알린 수전 파울러 리게티(두 번째 줄 오른쪽에서 두 번째)도 그 중 한 사람으로 표지에 실렸다.

미 시사주간지 타임은 지난해 남성 중심 사회에서 여성이 겪는 성폭력 실태를 알린 ‘침묵을 깬 사람들(The Silence Breakers)’을 ‘올해의 인물’로 선정했다. 파울러 리게티는 ‘침묵을 깬 사람들’ 5명 중 한 명으로, 가수 테일러 스위프트, 배우 애슐리 저드 등과 함께 잡지 표지에 실렸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도 그해 ‘올해의 인물’로 파울러 리게티를 선정했다.

파울러 리게티는 우버 퇴사 후 결제 서비스 회사 ‘스트라이프’가 창간한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링 잡지 ‘인크레먼트’의 편집장으로 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