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경제계를 대표하는 여성 최고경영자(CEO) 중 한 명이자 인도 여성들의 자존심인 인드라 누이(63) 펩시코 회장이 오는 10월 3일 CEO직에서 물러난다. 1994년 입사해 2006년 CEO에 취임한 지 12년 만이다. 이듬해부터 회장을 겸해온 그는 내년 초까지 이사회 의장직은 유지한다.

펩시코는 펩시콜라와 게토레이·트로피카나·마운틴듀 등 음료 브랜드와 스낵·시리얼 브랜드 등을 보유하고 있는 미국 식품 기업이다.

인도 남동부 첸나이에서 태어난 누이 회장은 마드라스 크리스천대학에서 화학을 전공하고 인도경영대(IIM)와 예일대 경영대학원에서 경영학석사(MBA)를 받았다. 보스턴컨설팅그룹(BCG)과 모토롤라 등에서 일하다가 펩시코로 옮긴 후 최고재무책임자(CFO)를 거쳐 펩시코 사상 첫 여성 CEO가 됐다.

미국 경제계를 대표하는 여성 CEO 인드라 누이가 사퇴 의사를 밝혔다. 누이는 “86세인 어머니와 더 시간을 보내고 싶다”고 했다.

2000년부터 미국 경제지 '포천'이 선정한 여성 리더 명단에 이름을 올려온 그는 지난해에도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여성 리더 2위'를 차지했다. 누이 회장은 고국인 인도에서 젊은이들 사이에서 '롤(역할) 모델'로 존경받고 있다. 인도 출신 여성으로서 글로벌 기업을 10년 넘게 경영하고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그는 지난 6일 트위터에 "인도에서 자란 내가 펩시와 같은 훌륭한 회사에서 일할 기회를 얻게 될 것이라고 상상하지도 못했다. 내가 이 회사를 이끌어 온 것은 정말 영광스러운 일이었다"고 했다.

누이 회장은 급변하는 소비자 취향에 맞춰 탄산음료 중심이던 회사 사업 구조를 건강 음료와 주스·차·스낵 등으로 다각화하고, 공격적인 인수합병(M&A)으로 사업을 확장했다. 최근에는 야채·과일칩인 '베어 푸드'를 인수했고 지난해와 올해에는 프리미엄 생수와 탄산수 제품 출시를 주도했다. 건강식품 연구를 위해 연구개발 투자도 대폭 늘렸다.

이 과정에서 '행동주의 투자자' 넬슨 펠츠 회장과 2013년 충돌하기도 했다. 누이 회장은 일부 실적 부진 사업부의 분할을 요구하는 펠츠 회장의 요구를 거부하고, 브랜드 차별화와 비용 절감 등 구조조정을 밀어붙였다. 이듬해 펩시코는 코카콜라(7%)의 2배에 달하는 주가 상승률(14%)을 기록했다. 2006년부터 최근까지 펩시코의 총매출은 81% 증가했다.

그는 일벌레로 유명하다. 뉴욕타임즈(NYT)는 "누이 회장이 하루에 20시간, 일주일에 7일을 일한 적도 있었다"고 밝혔다.

누이 회장은 은퇴 후 생활에 대해 "1년 전부터 퇴임 계획을 세웠다"며 "가정으로 돌아가 86세인 어머니와 더 많은 시간을 보내며 앞으로 다른 일을 하고 싶다"고 했다. 그의 후임에는 라몬 라구아르타(54) 펩시코 사장이 내정됐다.

한편, 최근 미국 대기업에선 여성 CEO들의 사퇴가 잇따르고 있다. 휼렛패커드(HP)의 멕 휘트먼, 에이번의 셰리 매코이, 마텔의 마고 조지아디스 등이 하차(下車)했다. 누이 회장의 퇴진으로 '포천 500대 기업' 내 여성 CEO는 24명이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