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에서 이건용의 개인전이 열리고 있다면, 서울에선 중국 행위 예술의 원조랄 수 있는 마류밍(49·사진)의 개인전 '행위의 축적'이 삼청동 갤러리 학고재에서 개막했다. 20년 차이를 두고 각각 한국과 중국의 행위 예술을 이끌었다.

1989년 중국 '톈안먼 사태'가 일어났을 때, 우한 후베이미술학원에 다니던 마류밍은 해외 미술계의 행위 예술을 접하고 충격을 받았다. 그해 그는 온몸을 비닐로 꽁꽁 싸맨 퍼포먼스를 선보였다. 중국 행위 예술의 시작이다.

1990년대 여장(女裝) 퍼포먼스 '펀·마류밍'으로 세계에 이름을 알린 마류밍은 '중국 행위 예술가 1호'로 유명하지만, 이번 전시에선 회화 19점을 선보인다. 2004년 행위 예술을 그만두고 회화 작업을 시작했기 때문이다. 마류밍은 휴대전화에 있는 젊은 시절 사진을 보여주면서 "외모에 변화가 생기면서 여장을 활용한 작품 활동을 할 수 없게 됐다"며 웃었다.

마류밍의 회화는 행위 예술의 연장이자 기록이다. 퍼포먼스를 하는 자신의 모습이나 퍼포먼스에 참여했던 관객을 그림으로 옮겼다. 성긴 캔버스 뒷면으로 물감을 밀어넣어 오돌토돌한 질감을 표현하거나 나이프로 덧칠을 하면서 흔적과 균열을 만들어냈다.

나체로 만리장성을 걷거나 여장을 한 채 관람객들과 사진 찍는 퍼포먼스를 선보인 마류밍은 자신의 몸을 통해 국가나 사회보다 '개인성'을 강조했다. 1994년 나체 퍼포먼스 후 두 달간 구금됐다. "내 작품은 중국의 어느 미술관에서도 전시 한 적이 없다"며 "이번 서울 전시를 하기 위한 그림 중 몇 점도 중국 세관을 통과하지 못했다"고 했다. "그림에서 하반신이 노출됐기 때문"이다. 9월 16일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