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성동구의 한 중학교 2학년 담임교사 A(34)씨는 반 아이들이 소위 '자해 단톡방'을 만든 걸 최근 알게 됐다. 이 단톡방에 모인 4명의 아이는 한 명씩 돌아가며 커터 칼로 손목을 긋거나 의료용 주사기로 팔뚝 여러 군데를 찌르는 등 자해를 한 뒤 사진을 찍어 공유하고 있었다. A교사가 4명과 상담했지만 이들은 "그냥 스트레스 푸는 놀이 같은 것"이라며 "소셜 미디어에 검색해보면 우리 같은 애들 많다"고만 답했다. 아이들 말대로 인스타그램 등에 자해를 키워드로 넣어 검색하자 청소년들이 손목이나 발목, 허벅지 등 신체 여기저기를 자해한 사진 수천장을 쉽게 찾을 수 있었다. A씨는 자해한 아이들의 부모에게 이 사실을 알리고 정신과 치료를 받도록 권했다. 그는 "부모들 역시 아이들이 자해를 한다는 사실 자체를 전혀 모르고 있었다"며 "다른 아이들을 통해 조사해봐도 문제의 아이들이 자해를 할 만한 원인을 찾기 어려워 정신과에 가보도록 권한 것"이라고 말했다.
건국대 의대 정신과학교실 하지현 교수 역시 "방학 전까지 서울뿐 아니라 대구·일산·분당 등 전국 각지의 정신의학과 교수들에게 가장 큰 화제가 청소년들 사이에 자해가 전염병처럼 퍼지는 현상이었다"며 "이제 개학하면 문제가 다시 수면 위로 올라올 것"이라고 말했다. 청소년들이 자해를 하는 건 이전에도 있었던 현상이다. 이번 현상의 문제는 극단적인 상황에 있던 소수의 학생에게서만 발견되던 자해가 점점 퍼지고 있다는 점이다. 혼자서 자해를 하는 게 아니라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 카카오톡 등을 통해 같은 학교뿐 아니라 다른 지역 또래들과 어울리면서 자해 사진을 공유하는 식이다. 커터 칼 등으로 살짝 피가 나고 흉터가 질 정도로 상처를 내는 식이라서 부모나 교사가 대번에 알아차리기도 어렵다. 이렇게 반복적으로 자해를 하는 청소년들 대부분은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는 의도보단 스트레스 해소나 과시욕 등을 목적으로 한 경우가 많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지난 1년간 20회 가까이 팔 다리에 자해를 한 B양은 "몸에 가벼운 상처를 내면 조금 아파도 후련한 기분이 들어서 계속 하게 됐다"고 말했다. 스트레스 해소가 아니라 소셜 미디어를 통해 또래의 관심을 끌기 위한 수단으로 자해 같은 극단적 수단까지 선택하는 게 유행처럼 번지는 측면도 있다. 심지어 광고 수입을 올리려고 남이 자해한 사진을 자신이 한 것처럼 꾸며서 '좋아요'를 받거나 장난삼아 다른 이들의 자해를 유도하는 경우도 생기고 있다.
하지현 교수는 "스트레스 해소를 위해 계속 술을 마시다가 알코올 중독에 이르는 것처럼 청소년들의 자해 역시 반복하게 되면 습관처럼 될 위험이 있다"며 "아이가 두 번 이상 자해를 했다면 대화로 해결하기보단 정신과 상담과 충동 조절을 위한 약물치료 등을 통해 조기에 조처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