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절(9월 첫째 주 월요일)이 끝난 뒤에 흰옷을 입어도 될까.'
미국의 노동절이 끝날 무렵이면 심심찮게 언론에 등장하는 화제다. 지금은 많이 퇴색됐지만, 과거엔 노동절이 끝난 직후 흰옷을 입는 것이 일종의 금기처럼 여겨졌다. 이런 패션 코드는 왜 생겨나게 됐을까.
여러 가설이 있지만, 전통적으로 흰옷이 휴가복을 상징했기 때문이라는 가설이 가장 설득력이 있는 것으로 꼽힌다. '미국 패션(American Fashion)'을 쓴 작가 찰리 셰입스는 "1930년대 미국 사진을 보면, 도시에 있는 사람들은 모두 어두운 색상의 옷을 입고 있는 반면, 여름 해변에서 휴가를 즐기는 사람들은 하얀 리넨 옷에 하얀 파나마 모자를 쓰고 있다"고 했다. 도시 개발이 덜 돼 길거리 진흙이 튀기 일쑤였던 과거엔 사람들이 도시에서 어두운 색 옷을 입었지만, 여름휴가 기간 도시를 떠나 해변으로 놀러 갈 때는 땀에 젖어도 표시가 덜 나고 휴양지와 어울리는 산뜻한 흰색을 선호했다는 것이다.
노동절을 기점으로 가을 학기가 시작되는 미국에선 노동절이 여름이 끝났음을 공식적으로 알리는 신호탄 역할을 한다. 여름이 끝났다는 것은 바캉스 기간도 끝났다는 뜻이다. 이 때문에 노동절이 끝나면 사람들은 휴가복인 흰색 옷을 옷장에 넣고 입지 않게 됐다는 해석이다.
'노동절 이후 흰옷을 입지 않는다'는 패션 규칙은 미국 전통 상류층이 신흥 부유층을 소외시키기 위해 만들어낸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미국 패션스쿨 FIT의 패션 박물관 디렉터 발레리 스틸은 타임지 인터뷰에서 "신흥 부유층은 '나도 이것쯤은 안다'는 걸 보여 주기 위해 전통 상류층이 만든 룰을 기를 쓰고 따라 했고, 이것이 대중들에게 확대돼 '노동절 이후엔 흰옷을 안 입는다'는 패션 코드로 자리 잡았다"고 말했다.
패션 잡지 마리클레르는 "진짜 이유가 무엇이든지 간에 지금 이 시대에는 그렇게 케케묵은 패션 코드를 따라야 한다는 강박관념을 느낄 필요가 전혀 없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