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임스 앨리슨(James P Allison·70) 미국 텍사스 MD 앤더슨 암센터 교수와 혼조 다스쿠(本庶佑·76) 일본 교토대 의과대학 교수는 면역체계를 이용한 암치료에 관한 각각의 연구로 1일 올해 노벨 생리의학상을 공동 수상했다. 수천킬로를 떨어져 연구해 온 두 학자의 ‘인연’은 이게 처음이 아니었다. 두 사람은 앞서 지난 2014년 ‘아시아판 노벨상’으로 불리는 ‘탕상(唐賞)’ 생물·약학 부문을 공동 수상했다.
‘탕상’은 지난 2012년 대만 사업가 새뮤얼 인(尹衍樑·68) 루엔텍스그룹 회장이 사재 30억대만달러(당시 약 1060억원)를 출연해 만들었다. 상금이 5000만대만달러(현재 약 18억2000만원)로 노벨상보다 상금(생리의학상의 경우 약 11억2400만원)이 더 많아 주목받았다. 탕상재단은 2년에 한 번 법률, 지속가능한 개발, 생물·약학, 중국학 분야에서 업적을 남긴 연구자들에게 상을 수여한다. ‘탕상’이라는 이름은 중국 ‘당(唐)나라’에서 따왔다.
제임스 앨리슨 교수와 혼조 다스쿠 교수는 2014년 9월 시상식을 가진 탕상의 1회 수상자였다. 당시 재단은 "두 교수의 학문적 성과가 다양한 종류의 암을 치료할 수 있다는 희망을 인류에 안겨줬다"고 설명했다.
이번 노벨 생리의학상에서도 두 교수는 암세포가 몸을 숨기는 데 도움을 주는 단백질 ‘PD-1’· ‘CTLA4’ 등의 작용을 차단하고 면역세포를 활성화시켜 암세포를 공격할 수 있는 면역체계 메커니즘을 규명한 공로를 인정받았다.
면역항암제라고 불리는 3세대 암치료 패러다임은 인체 면역 체계를 바꿔주는 것으로 해법을 못찾던 암 환자들에게도 치료 효과가 있는 것으로 평가받는다. 기존 1세대 화학항암제, 2세대 표적항암제가 극심한 구토 등 부작용을 불러일으키고 약에 대한 내성을 만들어 효과가 떨어진 것과 달랐다.
이런 두 교수의 성과를 노벨 생리의학상보다 ‘아시아판 노벨상’이라 불리는 탕상이 4년 전에 이미 알아본 것이다.
1948년생인 제임스 앨리슨 교수는 텍사스 대학 오스틴 캠퍼스에서 1969년 미생물학 학사 학위를 받은 후 1973년 박사학위를 받았다. 1985년 UC버클리 대학 암연구실험실의 면역학 교수로 임명됐고 2012년부터는 MD 앤더슨에서 면역학의장으로 재직했다.
1996년 T 세포 억제 분자가 항 종양 면역 반응과 종양 거부 반응을 증가시킬 수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고 이 발견이 암 치료 약물 개발을 위한 기반이 됐다.
혼조 다스쿠 교수는 1942년 교토에서 의사의 아들로 태어나 1971년 교토대 의학부를 졸업한 후 미국으로 건너가 카네기 연구소와 국립위생연구소 연구원을 역거치며 분자면역학을 연구했다. 이후 일본에 돌아와 1979년 오사카 교수로 취임했고, 1984년 교토대 교수가 됐다. 현재는 교토대 고등연구원 특별교수와 시즈오카(靜岡)현립대와 고베(神戶)대의 첨단의료진흥재단 이사장으로 있다.
혼조 교수는 암 세포가 정상세포인 척 하며 ‘이물질(異物質)이 아니다’라는 가짜 메시지를 T세포(면역에 관여하는 세포)에게 보낸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이 과정에 ‘PD1’이라는 단백질이 쓰인다는 것을 찾아냈다. PD1은 원래 정상세포를 공격하지 않도록 브레이크 역할을 하지만 암 세포에 의해 악용된 것이다. 혼조 교수의 발견은 항암 치료 신약인 옵디보의 개발로 이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