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시내 한복판에 외래종인 라쿤(북미너구리)가 돌아다니는 장면이 포착됐다.
동물복지문제연구소 어웨어와 더불어민주당 이용득 의원실은 25일 서울 마포구 서교동의 한 음식점 테라스 폐쇄회로(CC)TV 카메라에 포착된 라쿤 영상을 공개했다. 지난 9일 촬영된 영상을 보면 라쿤은 테라스 바닥에 코를 대고 돌아다니며 먹이를 찾다가 의자와 식탁에 올라선다.
음식점 주인에 따르면 영상 속에 포착된 라쿤은 이달 초부터 수차례 이 음식점 테라스에 나타났고, 창고에서 과자봉지를 뜯어먹기도 했다.
어웨어는 "라쿤이 발견된 곳은 서교동으로 라쿤카페가 밀집된 지역"이라며 "개인이 기르다가 유기했거나 라쿤카페에서 탈출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라쿤을 만지면서 음료를 마실 수 있는 라쿤 카페는 2015년쯤부터 '이색카페'로 유명해지며 그 수가 급격히 늘었다.
유기된 라쿤이 구조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이 의원이 환경부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작년 11월과 올해 9월 제주에서, 올해 7월 충남에서 각각 유기된 라쿤이 구조됐다. 충남야생동물구조센터가 구조한 라쿤은 서울대공원으로 옮겨졌다. 하지만 제주에서 발견된 라쿤 두 마리는 다른 동물을 공격하는 등 난폭했고, 일반 분양도 어려워 보호 중 안락사됐다.
어웨어는 "1970년대 일본에서 애완용으로 도입됐던 라쿤은 유기된 뒤 야생화하면서 농작물이나 목조건물 등에 심각한 피해를 줬다"며 "한국에서도 유기된 라쿤이 번식할 경우, 생태계에 심각한 위협이 예상된다"고 했다. 일본은 라쿤을 침입외래생물법에 의해 특정 외래생물로 지정해 관리 중이지만 우리나라는 아직 라쿤을 생태계교란종으로 지정하지 않았다.
지난 5월 이 의원은 카페·음식점 등 동물원이나 수족관으로 등록되지 않은 시설에서 포유류·조류·파충류·양서류에 속하는 야생동물 전시를 금지하는 일명 '라쿤카페 금지법'(야생동물 보호 및 관리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발의했다. 이 개정안은 법 위반시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한다. 또 현재 식품접객업으로 등록된 시설에서 야생동물을 전시하고 있는 경우 법 공포 후 3개월 안에 보유 동물 현황과 적정 처리계획을 환경부 장관에 신고하도록 했다.
이 의원은 법 개정안 발의 이유에 대해 "라쿤과 사람의 무분별한 접촉은 라쿤 회충 등 인수공통(人獸共通) 전염병을 사람이나 동물에게 옮길 수 있고, 심각한 생태계 교란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높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