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덴마크 사람들은 모두 스칸디나비안 스타일로 집안을 꾸민다고요? 그처럼 획일화될 리 없잖아요, 하하! 스타일링에 훨씬 자유로워요. 예를 들어 부채꼴과 사각형 모양 테이블을 붙여 자기만의 스타일을 창조해 내는 게 북유럽 정신입니다."
덴마크 가구 브랜드 보컨셉(BoConcept)의 안톤 반 드 푸테 CEO는 최근 한국을 찾아 "트렌드를 좇는 게 아니라 인간이 가장 안락하게 쉴 수 있는 공간을 생산하는 게 덴마크 디자인의 정수(精髓)"라고 했다. 덴마크어로 '리빙'을 뜻하는 '보'에 '콘셉트'를 붙인 브랜드로, 1952년 덴마크 공예 장인 옌스 에뢰욜 젠슨과 태지 뫼로홈이 창업, 전 세계 60여국에 270개 이상 매장을 보유했다.
얼마 전 종영한 드라마 '김비서가 왜 그럴까'의 주인공 박서준이 드라마에서 애용한 의자로 알려지면서 전 세계 품절을 빚은 '이몰라 체어'가 보컨셉 제품. 가구 디자이너 헨릭 페데르센이 테니스공에서 영감을 받아 요람으로 감싸는 듯 디자인한 의자다. "10년 전 선보였을 때보다 지금 더 많이 찾는 제품이죠. 30~50세대들이 특히 많이 찾아요. '안락'과 '휴식'이란 키워드를 앞세운 건데 최근엔 소셜미디어에 보여주기 위한 제품으로 인기를 더 얻는 것이 재밌는 현상입니다."
실용적이면서 어디나 잘 어울려야 한다는 것이 기본 철학. 나뭇잎 디자인을 빼닮은 카림 라시드의 '오타와 시리즈', 일본 넨도 디자이너 오키 사토와 손잡고 내놓은 '퓨전' 등 인체 공학적인 작품으로 주목받았다. 보컨셉은 1950~60년대 특히 유행했던 '미드 센추리 모던(MCM)' 트렌드를 최근 다시 불러일으킨 주역으로도 평가받는다. 당시 MCM을 대표한 미국의 찰스&레이 임스 부부, 덴마크 디자이너 한스 베그너, 핀 율, 아르네 야콥센 등의 간결하면서도 절제된 스타일을 전승하면서도 합리적인 가격대로 빠르게 전 세계로 확산됐다. 소재, 색상, 가격대까지 개인 맞춤형으로 디자인할 수 있게 한 것이 주효했다.
네덜란드 사람인 반 드 푸테는 니베아를 만드는 바이어스도르프,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 임원을 거쳐 2015년 노르웨이 유모차 브랜드 스토케의 CEO를 지낸 뒤 지난해 보컨셉 CEO가 됐다. 북유럽 마니아인 그의 집은 해외 잡지들에도 여러 번 노출된 바 있다. "보컨셉 제품으로 하나둘씩 채워넣었는데 어느 날 아내가 보컨셉 쇼룸을 만들 거냐며 '이제 그만!'을 외치더군요. 나머지는 아내가 좋아하는 이탈리아의 미노티, 카시나, B&B이탈리아 등으로 꾸몄죠. 뭐 어떻습니까. 그 무엇과도 어울리는 게 덴마크 가구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