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켐텍이 2018 KB한국바둑리그서 우승했다. 17일 한국기원서 열린 챔피언결정전 2차전에서 정관장황진단을 3대2로 제압, 전날 1차전 승리(3대0)를 포함해 2연승으로 정상에 올랐다. 2011년에 이은 두 번째, 7년 만의 우승이다.

챔피언 시리즈서 포스코는 최철한·나현·변상일 등 1~3지명이 나란히 2연승을 올려 정규 시즌에 이어 통합 우승을 완성했다. 특히 변상일은 적장(敵將) 신진서를 꺾었고, 마지막 마침표는 나현이 찍었다. 포스코로선 지난해 챔프 결정전 역전패 설욕도 겸했다.

6개월여에 걸친 대장정 끝에 정상에 오른 포스코켐텍 이상훈(가운데 안경 쓴 이) 감독과 선수들이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리며 기뻐하고 있다.

이상훈 감독은 "분위기 조성에 주력했을 뿐, 선수들이 열심히 준비하고 잘해준 결과"란 우승 소감을 냈다. 이 감독은 티브로드 시절 3연패 포함 총 4회 우승을 이끌어 리그 최다 우승 사령탑에 올랐다. 단체 상금은 우승 2억원, 준우승은 1억원.

잔치는 끝났지만 남겨진 뒷맛은 개운치 않다. 올해도 바둑리그는 '최대 규모'만 내세웠을 뿐 챔피언 결정전 시청률 0.288%로 이벤트 대국인 이세돌·커제전(0.741%)은 물론 여자리그(0.358%)에도 크게 뒤졌기 때문. 타이틀 스폰서 국민은행과 출전 8개 팀은 투자한 운영 자금(34억원)만큼의 대접을 못 받고 있다.

이제라도 국수전·명인전 등 개인 타이틀전 체제로 돌아가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이게 여의치 않다면 대회 방식이라도 손봐야 하는데, 빗발치는 처방에 매번 마이동풍이다. 단체전이 '개인전 묶음'이어선 성공할 수 없다. 팀과 구성원 간의 연결 고리 없이 미계약 선수들을 내세운 프로리그는 바둑뿐이다.

차선책으로 용병 수입, 팀 간 트레이드 등이라도 검토해야 한다. 감독이 선수 선발 전권을 행사하는 방식도 비민주적이다. 많은 분야가 '개천에서 용 나는' 도약 장치를 두는데, 대표적 승부 사회인 바둑만 문을 걸어 잠갔다. 예선으로 일정 비율을 뽑아 중위권 기사들의 의욕을 촉진하고 스토리도 이끌어내야 한다.

더 심각한 것은 5판을 동일 배점으로 치르는 오더제 경기 방식이다. 차등 배점을 적용해 강자들 간의 빅 매치를 유도하고 긴장도를 높여야 한다. 최소한 중국처럼 주장전 가점(加點)제만이라도 도입해야 한다. 감독들의 감(感)에 의한 오더 눈치 싸움은 끝내야 한다.

한국리그는 5판 중 4판이 1인당 10분이고 1판에만 1시간을 준다. 4판 중 3판에 2시간 25분을 제공, 국제대회 평균치에 맞춘 중국 갑조리그와 대비된다. 이런 차이가 한국이 국제무대서 고전하는 한 이유란 지적이 매년 쏟아지지만 역시 귀를 닫고 있다.

바둑계 혼란이 계속되면서 내년 봄 17번째 바둑리그 시즌이 제대로 개막할 수나 있을지 불투명한 상황이다. 그럴수록 좀 더 경쟁력 있는 상품으로 가다듬어 시장에 어필하려는 자세가 필요하다. 올해 한국리그 시상식은 내달 14일 웨스틴 조선호텔서 거행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