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본고장 방식대로 육가공품 만들어 파는 샤퀴테리 전문점
해외여행 늘고 간편한 식사 원하는 싱글족에게 인기 급등
샤퀴테리(charcuterie) 전문점이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샤퀴테리란 고기와 부속물을 사용해 만드는 육가공품을 총칭하는 프랑스말. 서울 청담동 프랑스 레스토랑 ‘레스쁘아’ 오너셰프(주인 겸 주방장) 임기학씨가 지난 2014년 직접 만든 햄, 소시지, 파테 등을 내는 ‘꺄브 뒤 꼬숑’을 오픈하면서 국내에 처음 소개된 샤퀴테리 전문점은 이후 조금씩 생겨나다가 올들어 ‘소금집’ ‘메종 조’ ‘써스데이 스터핑’ ‘더샤퀴테리아’ 등이 한꺼번에 문을 열었다.
지난 10월 서울 한남동에 문 연 ‘더샤퀴테리아’를 운영하는 에쓰푸드 손주라 팀장은 "샤퀴테리가 이전부터 있었지만 본격적으로 유행한 건 올해부터"라면서 "해외 여행객이 급증하면서 유럽에서 맛본 분들이 국내에서도 샤퀴테리를 찾으면서 수요가 생겨난 듯하다"고 했다.
소시지, 햄, 베이컨 같은 서양식 육가공품은 꽤 오래 전부터 국내에서도 생산됐다. 하지만 이름이 같더라도 기존 육가공품과 최근 샤퀴테리로 나오는 제품은 만드는 방식과 맛이 다르다. 기존 육가공품은 공장에서 대량 생산된 공산품이란 이미지가 강했다. 장기보관을 가능하게 하는 보존제나 색을 좋게 하는 발색제 등 인공 첨가물이 일반적으로 첨가된다. 이에 비해 샤퀴테리 전문점은 ‘수제(手製)’ 이미지가 강하다. 인공 첨가물을 사용하지 않고 본고장 유럽과 마찬가지로 소금에 절이는 염장과 연기에 그을리는 훈연(스모킹) 방식만으로 장기보존이 가능하게 처리하고, 허브와 향신료 이외의 인공 첨가물을 사용하지 않는다.
이처럼 샤퀴테리 전문점들이 전통 유럽 생산방식을 따르는 건 샤퀴테리 본연의 맛을 내기 위해서다. 소비자들이 샤퀴테리 전문점에서 기대하는 맛이기도 하다. 더샤퀴테리아는 이탈리아 살라미 맛을 제대로 살리기 위해 국내 육류 생산 규정까지 개정했다. 에쓰푸드 손주라 팀장은 "살라미는 흰곰팡이를 일부러 피어나게 해 더 깊은 풍미를 내는데, 국내에는 관련 규정 자체가 없어서 국내 최초로 정부로부터 흰곰팡이 사용 허가를 받았다"고 했다.
인공 첨가물 없이 소금만 사용해 만든 샤퀴테리는 아무래도 기존 국내에서 생산되온 육가공품보다 짤 수밖에 없다. 2016년 온라인 판매를 시작해 지난 7월 서울 망원동에 매장 겸 식당을 낸 ‘소금집’ 장대원 대표는 "한국 소비자들은 삼겹살 등 간 하지 않은 생고기를 굽거나 쪄서 소금이나 쌈장 등에 찍어먹는데 익숙하다보니, 고기 자체가 짜면 낯설고 힘들어하는 분들이 꽤 있다"고 했다.
본고장 유럽의 맛을 넘어 한국적 샤퀴테리를 창조하기 위한 시도도 차츰 눈에 띈다. 제주 흑돼지로 햄이나 소시지를 만드는 곳이 꽤 된다. 써스데이 스터핑에서는 된장을 살짝 가미한 ‘된장 살라미’, 청양고추로 매운맛을 더한 ‘청양고추 살라미’가 손님들에게 ‘재밌다’는 반응을 얻고 있다.
손님은 30~40대가 대부분이다. 혼자 가볍게 저녁식사 하려는 이들의 비중이 높다. 저녁 식사용으로 햄이나 소시지, 파테 등을 자주 구매한다는 싱글 여성 직장인 김지현씨는 "샤퀴테리는 일반 고기와 달리 간 할 필요 없고, 조리할 필요가 없거나 한다해도 연기가 덜 나고, 굽고 나서 프라이팬도 훨씬 덜 더러워져 간편하다"고 했다. 독신 남성 직장인 백재현씨는 "샤퀴테리는 맥주나 와인 안주로 안성맞춤이라 퇴근할 때 자주 가게에 들린다"고 했다.
◆가볼만 한 샤퀴테리 전문점 in 서울
소금집: 음악을 하던 장대원 대표와 조지 더럼이 앨범 작업비를 모으려고 샤퀴테리를 만들어 하나둘 만들어 팔던 게 어느새 30여 가지나 되는 라인업을 구축했다. 파스타를 즐긴다면 돼지 볼살을 염장한 관찰레로 정통 카르보나라를 요리해봐도 좋겠다. 카르보나라는 원래 베이컨이 아닌 관찰레와 달걀, 후추만으로 만든다. 훈제 베이컨 1만2000원, 초리조 샌드위치 9000원. 마포구 모래내로83, salthousekorea.com
써스데이 스터핑: 목요일마다 '고기 잡는 날'이라는 글씨를 크게 써서 내걸던 어릴 적 동네 푸줏간 추억을 담아 지은 이름이다. 목요일마다 특별 제품을 선보인다. 고수가 들어간 살시차(이탈리아식 소시지)로 만든 반미(베트남식 샌드위치)를 매장에서 먹을 수 있다. 살라미 소프레사 1만4400원, 바질 토마토 소시지 1만6500원. 서대문구 연희로15안길 6-4, thursdaystuffing.com
더샤퀴테리아: 샤퀴테리 중에서도 스페인 하몽, 이탈리아 프로슈토와 살라미 등 염장해 익히지 않고 바람으로만 말린 말린 건조 발효 제품을 전문으로 취급한다. 샤퀴테리를 듬뿍 넣은 샐러드는 한 끼 식사로 든든하다. 초콜릿을 소시지 모양으로 빚은 '초콜릿 살라미'가 디저트로 썩 어울린다. 샤퀴테리아 플래터 2만원, 찹 샐러드 밀 1만2800원. 용산구 한남동 28-11
메종 조: 프랑스 국가 공인 샤퀴티에(육가공품 전문가) 자격증을 따고 샤퀴테리 전문점 '메종 베로(Maison Verot)'에서 경력을 쌓은 조우람 대표가 운영한다. 파테, 테린 등 프랑스식 샤퀴테리가 강세다. 독특한 샤퀴테리를 찾는다면 한국의 돼지머리와 비슷한 '머리 치즈(fromage de tete)'와 프랑스식 순대 '부댕 누아(boudain noir)'를 추천한다. 잠봉 페르시에 파테 6000원(100g), 부댕 누아 5000원(100g). 서초구 남부순환로315길 8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