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기업들이 생산기지 확충과 해외 기업 인수합병(M&A) 등을 통해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 글로벌 경영에 주력하는 것은 '해외시장 확대'를 위해서다. 28일 한국경제연구원에 따르면 매출 1000대 제조 기업 중 77.1%의 기업이 해외시장 확대를 위해 해외 사업장을 유지·확대할 것이라고 답했다.
미·중 무역 분쟁 등 보호주의 강화와 국내 경영환경 악화 등도 해외 진출의 원인이 되고 있다. 실제 스위스 국제경영개발대학원(IMD)이 매년 평가하는 국가경쟁력 순위에서 올해 한국은 평가 대상 63개국 중 27위에 그쳤다.
◇연구개발 거점도 전 세계로 확산
최근 우리 기업들의 글로벌 경영에서 특징적인 것은 연구개발(R&D) 거점이 세계 각지로 확산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혁신의 중심지가 미국 서부 해안에서 벗어나 캐나다와 유럽까지 퍼져가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전 세계에 217개의 생산 거점, 판매 거점, 디자인센터, 연구소를 운영하고 있다. 올 1월 실리콘밸리에 AI(인공지능) 연구센터를 설립했고, 5월에는 영국 케임브리지, 캐나다 토론토, 러시아 모스크바에 AI 연구센터를 잇따라 개소했다. 9월에는 미국 뉴욕, 10월에는 캐나다 몬트리올에 글로벌 AI 연구센터를 열었다. 삼성전자는 전 세계에 55개의 판매 거점과 15개의 지역 총괄을 운영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전 세계에 35개의 연구개발(R&D) 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삼성전자의 전체 임직원 약 32만명 중 20%에 달하는 6만5000여 명이 개발자다. 지난 한 해 연구개발비에만 16조8000억원을 썼다. 이러한 연구개발 투자를 통해 삼성전자는 미국에서 2006년부터 12년 연속 특허 취득 건수 2위를 유지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글로벌 기업과의 제휴를 통해 '수소차 동맹'을 형성하고 있다. 지난 6월 글로벌 자동차업체 폴크스바겐그룹의 아우디와 연료전지 기술 파트너십 협약을 체결하고 수소전기차 기술 확산 및 시장 활성화를 위해 특허 및 주요 부품을 공유하기로 했다. 지난 10월에는 현대차가 에어리퀴드(산업용 가스회사), 엔지(다국적 에너지기업)와 수소전기차 및 수소 충전 인프라 확대를 위한 제휴를 맺었다. IT(정보기술) 기업들도 현대차의 협력 대상이다. 지난해 12월 현대차그룹은 AI 음성 인식 기술 기업인 '사운드하운드'와 대화형 음성 인식 비서 서비스의 개발을 완료했다.
◇베트남 등 동남아를 제2의 거점으로
SK그룹은 글로벌 기업과의 신(新)협력 모델 개발에 나서고 있다. SK종합화학이 중국 최대 석유기업인 시노펙과 손잡고 총 3조3000억원을 투자해 만든 SK중한석화는 최근 4년 동안 매출 1조3000억원을 올렸다. SK이노베이션은 지난 2월 중국해양석유(CNOOC)와 공동 투자한 남중국해 광구에서 원유 탐사에 성공했다. 올해 SK그룹 경영진은 글로벌 현장을 누비며 '글로벌 파트너링'에 속도를 내고 있다. 최태원 회장 등 SK그룹 경영진은 올 1월 스위스 다보스포럼에 참석해 중국·베트남·사우디아라비아 등 정부 리더들과 만나 협력을 모색하는 것을 시작으로, 4월에는 중국 하이난다오(海南島)에서 진행된 보아오포럼에 참석, 중국 정·재계 인사들과 경제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5월에는 상하이포럼과 베이징포럼에 연달아 참석했다.
LG그룹은 주력 사업 분야에서 글로벌 시장 주도권 장악에 나서고 있다. LG전자는 지난 8월에는 캐나다 토론토에 해외 첫 AI 전담 연구소를 설립했다. 미국 테네시주에 2억5000만달러를 투자해 가전 생산 공장을 설립하고 있고, 미시간주 디트로이트에 올해 완공을 목표로 2500만달러를 투자해 자동차 부품 공장을 건설하고 있다. LG전자는 이곳에서 전기차용 배터리팩(Battery Pack)을 생산하게 되며, 모터 등 주요 전기차 부품으로 생산 품목을 확대할 계획이다. LG는 지난 5월 미국 실리콘밸리에 LG전자·LG디스플레이·LG화학·LG유플러스·LG CNS 등 5개 계열사가 출자한 펀드를 운용하는 'LG 테크놀로지 벤처스'를 설립했다.
롯데그룹은 동남아를 새로운 거점으로 만들고 있다. 베트남에는 1990년대부터 식품·외식 부문을 시작으로 유통·서비스 부문까지 16개 롯데 계열사가 진출해 있으며 임직원 수는 1만4000여 명에 이른다. 2014년에 수도 하노이에 지상 63층 규모의 랜드마크 빌딩인 '롯데센터 하노이'를 건설했다. 호찌민시에는 2021년까지 에코스마트시티를 건설할 계획이다. 10만여㎡ 규모 부지에 백화점, 쇼핑몰, 시네마, 호텔, 오피스 및 주거시설 등으로 구성된 대규모 단지를 조성한다. 사업비만 총 2조원에 이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