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지난주 G20 정상회의 참석차 아르헨티나로 가는 길에 체코를 방문한 것과 관련한 의문이 계속 쌓이고 있다. 당시 체코 대통령은 해외 순방 중이어서 문 대통령이 왜 굳이 체코를 찾았는지 추측이 분분했는데 정부는 방문 이유에 대해 계속 말을 바꾸다가 급기야 "전용기 중간 급유 때문"이라는 궁색한 이유까지 내놓았다. 애초 순방 준비 과정에선 미국 LA도 경유지 후보로 검토됐던 것으로 알려져 대통령이 직접 방문할 시급한 현안도 없는 체코로 스케줄을 바꾼 다른 이유가 있었던 것 아닌가 하는 얘기들이 파다하다.

문 대통령은 체코에서 부재 중인 대통령 대신 총리를 만났다. 이 만남을 두고 청와대는 처음엔 "회담 아닌 면담"이라고 발표했다가 '왜 정상회담이 아니냐'는 논란이 제기되자 "회담이 맞는다. 실무자의 오기(誤記)"라고 해명했다. 그런데 결국 외교부는 "체코 측이 비공식 회담(면담)으로 해줄 것을 요청해와 수용했다"며 사실상 '비공식 면담'이었음을 시인했다. 애초 청와대 설명을 뒤집은 것이다. 방문 목적을 놓고도 순방 전엔 '원전 세일즈'를 주요 이유로 내세웠다가 나중엔 "원전은 의제가 아니다"라고 바꿨다. 설명이 오락가락 계속 바뀌면서 의문만 증폭시키고 있다.

외교부는 문 대통령 순방 소식을 알리는 공식 영문 트위터에 '체코'를 26년 전 국명인 '체코슬로바키아'로 잘못 표기하기도 했다. 외교적 결례이자 망신이다. 그런데 이런 이해할 수 없는 실수가 벌어진 것은 단지 우리 외교의 수준 때문만이 아니라 순방이 그만큼 졸속으로 추진됐기 때문 아니냐는 의심을 갖게 한다. 당초 전용기 중간 급유를 위한 기착지로 LA도 검토되다가 10월 중순에야 체코로 바뀌었다고 한다. 순방 한 달여를 앞두고 급박하게 일정이 바뀌다 보니 순방 준비에 허점이 생긴 것 아닌가. 도대체 공개할 수 없는 무슨 비밀스러운 사정이라도 있었던 것인지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