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한 연구소가 일본 47개 도도부현(광역자치단체)를 대상으로 매년 조사하는 매력도 설문에서 이바라키(茨城)현은 올해까지 6년 연속 꼴찌다. 한데 그곳에 있는 인구 5만명의 소도시 오미타마(小美玉)시는 시(市) 단위로 집계하는 다른 조사에서 지역 주목도 1위를 차지했다.
외면받던 지역이 떠오르기 시작한 데에는 소셜 디자이너 이원교(36) 이치엔 대표의 공이 컸다. 그는 한 영화잡지 편집자로 일하다 일본으로 유학을 떠났고, 2012년부터 오미타마시의 지역 재생 프로젝트에 초빙돼 일하고 있다.
한국디자인진흥원 초청으로 최근 서울에 온 이 대표는 "오미타마시 프로젝트는 소셜 디자인, 커뮤니티 디자인을 구현하기에 좋은 기회였다"며 "지역민과 더불어 만들어가는 매력이 컸다"고 했다. 그는 지역 수족관이나 식물원 표지판, 상품을 디자인할 뿐 아니라 지역 재생에도 열을 올렸다. "처음에 주민들은 자기 고향을 '아무것도 없는 지역'으로 비하했죠. 낙농업이 발달하고 계란 생산이 많다는 이점이 있었지만, 주민들은 '양계장과 젖소 배설물 냄새만 가득하다'며 불평하더군요."
이 대표는 주민들과 워크숍, 마을 투어부터 시작했고, 지역의 숨겨진 매력을 소개하는 '비밀 오미타마'라는 팸플릿도 만들었다. 그는 "전문가가 뚝딱 만들어내는 건 별 도움이 안 된다. 주민들이 긍지를 갖고 지역 PR에 동참하게끔 해야 자생력을 갖추고 지속될 수 있다"고 했다. 그는 2014년 문 연 커뮤니티 시설 '소라노 에키 소라라'를 지역 식자재를 즐길 수 있는 테마파크로 꾸몄다.
젖소 수와 계란 생산량이 현 내 1위라는 점을 내세워 지역 축제와 특산품도 기획했다. 그가 제안해 지난 10월 출시된 '궁극의 계란덮밥'은 아사히신문, 산케이신문에 소개됐다. 가장 품질 좋은 계란과 간장을 골라 만든 덮밥을 지역 대학에서 만든 그릇에 담아낸 제품. 2016년 시작한 계란과 우유 마쓰리(축제)는 외지인이 총방문객의 70%를 넘는 축제가 됐고, 얼마 전 일본 최대 규모 요구르트 행사도 열렸다.
이 대표는 고향인 강릉에 관심을 두고 있다고 했다. "저탄소 녹색성장 시범 도시라는 점이나 월화거리 등의 지역 명소를 활용하는 콘텐츠가 아쉬워요." 한국디자인진흥원 이주아 선임은 "서비스 디자인 같은 '소프트 디자인'이 최근 주목받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