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링컴퍼니 제공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도시 교통 체증을 완화하기 위해 로스앤젤레스(LA)에 건설 중인 초고속 지하터널이 18일(현지 시각) 처음 공개됐다.

CNN 등 주요 외신은 이날 머스크가 세운 터널 건설 회사 보링컴퍼니가 시범 터널을 대중에 처음 선보였다고 보도했다. 머스크는 지난 2016년 "미국 대도시의 극심한 교통 체증을 해소하려면 지하 터널이 필요하다"면서 보링컴퍼니를 설립하고 지하에 초고속 지하터널을 뚫겠다고 선언했다.

이번에 공개된 지하터널 구간은 LA 남부 호손 지역의 스페이스X 본사 주차장에서 LA 국제공항 인근까지 1.14마일(1.83㎞) 길이의 ‘더 루프(The Loop)’다. 시승행사도 개최했다. 이 자리에 초대된 언론과 지자체 관계자들은 테슬라 모델S를 타고 오리얼리역으로 불리는 장소까지 1마일 가량을 달렸다.

외신에 따르면 차량이 벽 없는 엘리베이터를 타고 땅속으로 9m 정도 내려가자 지름 3.65m의 좁은 원통형 흰색 터널이 나타났다. 터널 위쪽에 설치된 붉은 전등이 초록색으로 바뀌자 운전자가 속도를 높여 터널로 진입했다.

그러나 이날 공개된 차량 이동 방식은 머스크가 처음 밝혔던 구상과는 달랐다. 앞서 머스크는 이 시스템이 시속 241㎞의 속도로 운행될 것이라고 했지만, 이날 최고 속도는 시속 64㎞에 그쳤다. 워싱턴포스트는 "느리게 달렸는데도 차량이 심하게 요동쳤다"고 전했다. CNN도 "놀이공원의 기구를 탄 것 같았다"고 보도했다.

머스크는 첫 시승에서 차량이 심하게 흔들렸다는 지적에 "시간이 없었다"면서 "시제품이고, 앞으로 매끄럽게 만들 것"이라고 해명했다.

시험터널 건립에는 1000만달러(113억원)가 들어갔다. 보링컴퍼니는 "보통 터널 1마일(1.6㎞)당 10억달러(1조1300억원)의 건립 비용이 든다는 점을 감안하면 차이가 크다"고 강조했다.

머스크는 앞으로 초고속 터널이 어떤 방식으로 운영될지 자세히 설명했다. 우선 땅속으로 내려갈 수 있도록 곳곳에 벽 없는 엘리베이터를 설립할 방침이다. 지하로 내려간 차량은 진입과 출입을 할 때 빼고는 터널에서 최고속도로 달릴 수 있다.

머스크는 "지하철보다는 지하 고속도로에 더 가깝다"면서 "정류장마다 멈춰서는 게 아니라 주도로에서는 고속으로 달리고 루프 시스템에서 벗어날 때만 속도를 늦추는 식이다"라고 설명했다.

앞으로 머스크는 지하 터널을 확대해 대규모 지하 교통망을 만든다는 계획이다. 현재 보링컴퍼니는 LA지역 메트로 구간에서 다저스 구장까지 이어지는 지하터널 사업도 진행하고 있다. 그러나 LA 서부지역에서 진행해오던 터널 공사는 인근 주민들의 소송으로 작업을 중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