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보훈처가 고엽제 후유증으로 항암(抗癌) 투병 중인 박승춘〈사진〉 전 보훈처장의 보훈대상자(상이군경) 선정 결정을 6개월째 보류한 것으로 2일 나타났다. 보훈처는 이와 함께 박 전 처장의 보훈대상자 신청을 최초 접수·진행했던 서울지방보훈청 소속 모 지청장에 대한 감사도 벌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 전 처장은 현 정부가 '적폐 청산 1호'로 지목한 인사다. 야권에선 "마녀사냥식 적폐 몰이가 계속되고 있다"는 말이 나온다.

정부·국회 관계자들에 따르면 박 전 처장은 작년 7월 서울의 한 지방보훈지청에 보훈대상자 신청을 했다. 정부 관계자는 "박 전 처장은 1971년 전방 부대에서 소대장으로 근무했는데, 전방 부대에서는 고엽제를 살포했다"며 "확인 결과, 박 전 처장은 고엽제를 살포했고, 국가 차원의 보상 대상"이라고 했다.

박 전 처장은 본지 통화에서 "퇴임 이후 암 발병 사실을 발견했다"며 "전립선암을 조기에 발견 못 해 뼈까지 전이됐다"고 했다. 박 전 처장은 이후 보훈병원으로부터 5급 판정을 받았지만 보훈처에서는 이를 처음에는 보훈대상으로 의결했다가, 나중에 보류한 것으로 전해졌다. 국회 관계자는 "현 정부 차원에서 박 전 처장을 고발하고, 적폐로 낙인찍었는데 국가유공자(상이군경)로 어떻게 지정해 주느냐는 얘기가 나왔다"고 했다.

보훈처는 이에 그치지 않고 내부 보고 없이 박 전 처장의 보훈대상자 신청을 받아준 지청장에 대해 두 차례 감사를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관계자는 "1차 감사를 끝냈고, 현재는 보훈처에 설치된 '재발방지위원회'에서 또다시 조사를 하는 것으로 안다"고 했다. 재발방지위원회는 전 정권의 적폐를 청산하겠다며 경찰 5명을 파견받아 만든 보훈처 내부 조사 기관이다.

보훈처는 박 전 처장의 심사를 보류한 이유에 대해 "보훈처 소속 공무원이 국가유공자 등록을 신청하는 경우 심사의 객관성을 위해 보훈심사위를 외부 위원 중심으로 구성하도록 돼 있다"고 했다. 보훈처는 박 전 처장이 '상이군경'이 아닌 '공상(公傷) 공무원'으로 심사받아야 하고, 보훈처 내부 보훈심사위원회의 심사를 통과해야 국가유공자로 인정해 줄 수 있다"고 했다.

하지만 박 전 처장은 2017년 5월 처장직에서 물러났기 때문에 보훈대상자를 신청한 시점엔 공무원 신분이 아니었다. 박 전 처장은 "공무원 시절이 아닌 군 복무 시절 고엽제 후유증으로 생긴 병이기 때문에 상이군경 처분을 받는 게 맞는다"고 주장했다. 그는2017년 5월 처장직에서 물러났다. 정부 안팎에서는 "현 정권이 가장 싫어했던 인사 중 한 명인 박 전 처장이 국가유공자 판정을 받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얘기가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