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7일(현지 시각) 오는 22~25일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리는 49차 세계경제포럼(WEF·다보스포럼) 참석을 위한 미 행정부 대표단 파견을 전격 취소했다. 장기화되고 있는 미 연방정부 셧다운(일시 업무 중지)을 이유로 들었지만, 배경에는 셧다운 해제를 둘러싼 ‘힘 겨루기’가 깔려있는 것으로 보인다.

세라 샌더스 미 백악관 대변인은 17일(현지 시각) 발표한 성명에서 "위대한 미국 노동자 80만명이 셧다운으로 인해 급여와 필요한 도움을 받지 못하고 있는 상황을 고려해 트럼프 대통령은 대표단의 다보스포럼 참석을 취소했다"고 밝혔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오후 직접 이 결정을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미국 대통령으로서는 18년 만에 다보스포럼에 모습을 드러냈다. 그러나 그는 지난 10일 셧다운 사태를 이유로 올해 다보스포럼 참석을 취소했다. 대신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부 장관, 스티븐 므누신 미 재무장관, 윌버 로스 미 상무장관,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 등으로 구성된 대표단이 포럼에 참석할 예정이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18년 1월 24일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리는 세계경제포럼(다보스포럼)에 참석하기 위해 메릴랜드주 앤드루스공군기지에서 대통령 전용기 에어포스원을 타러 가고 있다.

백악관은 셧다운 때문에 대표단 파견을 취소했다고 밝혔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낸시 펠로시 하원 의장의 군용기 이용을 금지한 데 따른 형평성 논란을 의식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펠로시 하원 의장에게 서한을 보내 브뤼셀, 이집트, 아프가니스탄으로의 순방 일정에 군용기를 제공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펠로시 의장이 출국을 한 시간 앞둔 시점에서 군용기 이용 불허를 통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트럼프 대통령이 ‘군용기 이용 금지’ 카드를 꺼내든 건 전날 펠로시 의장이 편지를 통해 신년 국정연설 연기를 요구한 데 따른 보복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미 정치권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조치에 대해 형평성 논란이 제기됐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일부 민주당 의원들은 "트럼프 대통령은 분쟁 지역에 주둔하고 있는 미군 기지를 방문하려는 펠로시 의장의 순방 일정은 막으면서 므누신 장관이 스위스의 스키리조트에서 금융 엘리트와 국가 지도자들을 만나는 계획은 진행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매년 1월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리는 다보스포럼은 전 세계 정치·경제·학계 인사들이 모여 세계 경제 문제를 논의하는 자리다. 올해 다보스포럼은 주요국 정상이 다수 불참할 예정이다. 트럼프 대통령을 비롯해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 등이 불참 의사를 밝혔다. 문재인 대통령도 올해 포럼에는 참석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