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가 자녀 폰에 설치하는 '스마트폰 통제앱'
시간 규제는 물론, 문자·검색 기록까지 한 눈에
아이들, '앱' 별점 테러로 '소심한 복수'
"드라마 'SKY캐슬'에 나오는 미친 엄마들이나 쓸 것 같은 앱"
"보호자라는 말로 어린이 자유를 침해하지 마세요. 우리도 인간이에요."
"내가 뭘 하는지 엄마가 다 아니까 사생활이 없어요. 하루하루 미쳐버릴 것 같아요."
‘스마트폰 통제 앱’ 사용후기에 아이들의 절규가 가득하다. 스마트폰 통제 앱은 부모가 자녀의 스마트폰 사용을 통제·감시할 수 있도록 하는 원격 관리 프로그램이다. 스마트폰 중독을 막는다는 명목으로 사용되지만, 아이들은 "인권 침해와 사생활 침해"라고 반발하고 있다.
◇"무슨 문자보내고, 무슨 게임했지?" 부모가 스마트폰 다 들여다본다
구글과 통신3사(SKT·KT·LGT)는 각 회사들이 개발한 '스마트폰 통제 앱'을 제공하고 있다. 스마트폰에 이 앱을 깔게되면, 부모가 자녀의 스마트폰 데이터 사용 시간을 마음대로 '지정'할 수 있다. 시간이 초과되면 메신저·인터넷 등을 사용할 수 없다. 음란 사이트에 들어가봤는지 사용기록을 조회할 수 있고, 실시간 위치 추적도 가능하다. 구글 패밀리링크(다운로드 100만이상), 모바일 펜스(100만 이상) 쿠키즈 (50만 이상) 등이 대표적 상품이다.
2년째 스마트폰 통제를 당하고 있다는 김선우(12)군은 "사용시간에 집착하게 되면서 오히려 스마트폰 중독이 더 심해진 것 같다"고 했다. 김군은 "시간 통제도 문제지만 내가 보내는 문자 내용까지도 엄마가 본다고 생각하면 소름이 돋는다"고 말했다.
아이들의 스마트폰 중독은 사회적 문제가 된 지 오래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청소년(10~19세)의 30%가 ‘스마트폰 과의존 위험군’이다. 스마트폰 과의존 위험군은 하루 4시간 이상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사용자를 의미한다. 유아동(3~9세) 중 과의존 위험군 비율도 2015년 12.4%, 2016년 17.9%에 이어 2017년에는 19%로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그러나 아이들은 "아무리 부모라도 자녀의 스마트폰을 일방적으로 통제하는 것은 옳지 않다"는 입장이다. 한 청소년은 "입장을 바꿔 부모 폰에 이런 앱을 설치했다고 하면 가만히 있겠냐"며 "보호자라는 말로 사생활과 자유를 침해하지 말라"고 했다. 게임 중독 때문에 스마트폰 통제 앱을 사용했다는 박주연(14·가명)양은 "사용시간을 다 쓰면 게임 뿐만 아니라 메신저까지 먹통이 됐다"면서 "하루종일 친구들과 대화가 단절돼 불편했다"고 했다.
◇통제 당하는 아이들, '별점 테러'로 복수
아이들의 불만은 '별점 테러'로 이어졌다. 별점 테러는 앱 스토어 등에서 일부러 낮은 평점을 주는 행위를 말한다. SK텔레콤에서 서비스하는 스마트폰 통제 앱인 '쿠키즈'의 별점은 1.7점에 불과하다. 유사한 기능을 가진 'KT 자녀폰 안심'이나 'U+자녀폰 지킴이'도 별점도 각각 1.9점과 1.7점이다. 한 개발사는 "아이들의 별점 하나는 이 앱의 진가를 반증합니다"고 역설적으로 자신들의 앱을 홍보하기도 한다.
별점 테러와 함께 남긴 사용후기에서 아이들은 스마트폰 통제에 대한 불만을 숨김없이 드러냈다. "맨날 책읽고 수학 문제를 풀어도 15분 밖에 안준다", "저도 자유가 있고 폰을 막 할 권리가 있다고요", "어린이도 인간이에요"라는 내용의 후기가 주를 이뤘다. "제작자님. 저희들도 쉬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새벽 2시까지 공부하고 게임 몇 판 한다고 혼납니다. 저희들도 쉴 수 있는 시간이 필요해요. 제발 이 앱을 없애주세요"라는 호소도 있었다.
앱 통제에서 벗어나는 ‘노하우’도 활발히 공유되고 있다. ‘뜷는 법’을 찾아낸 아이들은 사용후기에 "스마트폰 안전 모드로 들어가면 앱을 몰래 삭제할 수 있다"거나 "음량 감소버튼을 연타하면 앱이 먹통이 된다"는 등의 비법을 나눈다. 유튜브에서도 ‘쿠키즈 뜷는 법’ 등의 강좌 영상을 흔히 찾아볼 수 있다. 한 학부모 이용자는 "아이가 어떻게든 방법을 알아내 앱을 무력화한다"며 "마음대로 앱을 삭제하기까지 해서 부모자식 사이가 극단으로 치달았다"고 호소했다.
김영심 숭실사이버대 아동학과 교수는 "스마트폰 사용을 미끼로 아이의 행동을 강요하는 것은 일시적 효과는 높아보여도 장기적 훈육 효과는 거의 없다"고 말했다. 아이들의 스마트폰 중독이 심각한 문제인 것은 맞지만 이를 강압적·일방적으로 통제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아이도 하나의 인격체로 인권과 사생활이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며 "스마트폰 통제를 하더라도 오해가 생기지 않게 끊임없이 대화하고 설득하는 과정이 수반돼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