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1일 서울 서초구 서초동 웹소설 학원 '스토리원'. 양복을 입은 수강생 이모(36)씨가 강사에게 글을 첨삭 받고 있었다. 이씨는 낮엔 물류회사에서 기획 업무를 하고 밤에는 로맨스 소설을 쓰는 '웹소설가'다. 작년 11월부터 쓰기 시작해 올해 초 한 사이트와 매달 원고료 100만원을 받는 정식 연재 계약도 맺었다. 이 학원 수강생 30명 중 13명이 이씨 같은 직장인이다.
웹소설 창작에 뛰어드는 이들이 늘고 있다. 웹소설은 인터넷을 통해 공개되는 소설이다. 주로 1990년대 PC 통신을 통해 인터넷 소설을 경험한 이들이 작가로 나서고 있다. 한국창작스토리작가협회가 추산하는 웹소설가 지망생은 20만명이다. 직장인에게 웹소설 작법(作法)을 알려주는 학원도 성업 중이다.
스마트폰이 보급되고 대형 포털 사이트가 웹소설 서비스를 시작하면서 시장은 커졌다. 네이버 '도전 웹소설'에는 지망생의 글 17만편이 등록돼 있다. 문피아 등 전문 사이트에도 3만편 이상의 글이 올라와 있다. 카카오에 따르면 '카카오페이지'를 통한 웹소설 거래액은 서비스를 처음 시작한 2013년 17억원에서 지난해 2200억원으로 130배 가까이 늘었다. 현재 카카오페이지에 등록된 작품은 2만3000개다. 이 중 625개 작품이 1억원, 89개 작품이 5억원, 34개 작품이 10억원 이상의 누적 매출을 올렸다.
창작에 나선 이유는 조금씩 다르다. 판타지 소설을 쓰고 있는 프로그래머 김모(28)씨는 "주 52시간 근무가 도입돼 수당이 줄었고, 부업 삼아 소설을 쓰게 됐다"며 "소설로 버는 부수입이 월급보다 많을 때도 있다"고 했다. 대학에서 문예창작을 전공한 백모(30)씨는 "원래 드라마 작가가 꿈이었지만, 생계 문제로 출판사에 취업했다"며 "지금은 취미생활이지만, 사람들이 좋아할 만한 글을 써서 수입을 올리는 게 목표"라고 했다.
중·장년층 작가도 있다. 건설업계에서 일하는 조모(61)씨는 "최근 건설 경기가 좋지 않은데 해외 유학 중인 자녀가 있어 학비라도 벌어볼까 해서 쓰기 시작했다"고 말했다.